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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견 공포' 시골 주민들 "늘어나는 개떼에 사람이 떠나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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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10여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기도 해서 늘 불안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26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에서 만난 주민 A(69)씨는 나흘 전 마을 야산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는 “산에서 지내던 개들이 밤만 되면 마을로 내려오는 바람에, 해가 진 뒤에는 아예 밖에 나다니질 않는다”며 “대낮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정도면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야 할 판”이라고 탄식했다. 인적 드문 곳에 키우던 개를 버린 '양심 불량자'에 대한 원망이기도 했다.
이날 찾은 마을은 살인견 습격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 야산에선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지인 사업장을 방문한 50대 여성이 몸길이 1.5m의 유기견에 물려 숨졌다. 주민 B(70)씨는 “무리 지어 다니는 개 때문에 공포를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임을 감안해도 이날엔 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힘들었다. 주민 C(62)씨는 “그 사건 뒤로는 며칠 동안 바깥 출입을 끊었다”고 했다.
사람이 개한테 물려 숨지는 사고가 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마을에선 목줄 없이 유유히 돌아다니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몸길이 1m는 족히 넘는 검은 개 한 마리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자세로 주민을 향해 짖었고, 마을을 둘러싼 야산 곳곳에선 개 짖는 소리가 수시로 들려왔다. 사고가 나기 이틀 전엔 1㎞ 떨어진 옆 마을에서 유기견 2마리가 포획됐다. 당시 남양주시 동물복지팀 공무원 2명이 포획 틀로 개들을 잡았다. 시 관계자는 “개들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는 신고가 들어와 직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마을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한 주민은 “유기견 수십 마리가 야산에 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개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유기견이 예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3년 전부터 개체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했다.
마을 사람들은 개를 상대로 한 싸움이나 포획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이어서 피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고 있다. 그래도 공포가 가시지 않으면 119에 신고한다. 남양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남양주에서 접수된 개 출몰 신고는 723건. 이 중 포획한 경우는 329마리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예 발견을 못했거나 야산으로 달아난 경우다. 주인으로부터 버림 받은 유기견은 종종 동정 받지만, 이곳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너른 들판과 야산을 휘젓고 다니는 유기견 포획이 쉽지 않은 만큼 이곳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유기견 발생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우대 펫인쥬 동물메디칼센터장은 “마이크로칩 등록이 법제화돼 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문화돼 있다”며 “마이크로칩 시술을 강제했다면 이번 사고견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개 유기 행위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마을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개 주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주민의 추가 제보를 받기 위해 개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제작·배포했다. 남양주시는 또 다른 대형견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는 것을 파악해 사고 지점 인근에 철체 포획틀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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