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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완 수사해야" 손정민씨 유족 첫 입장문

입력
2021.05.26 15:15
수정
2021.05.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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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한강에 들어갈 리 없어" 수사 내용 배척
"친구가 유일한 사건 관련자" 추가 조사 요구
경찰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최선 다해"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씨 추모공간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손씨 추모공간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유가족이 26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손씨 실종과 사망을 둘러싼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종 당일 손씨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유족 측은 이날 오전 이런 요구를 담은 A4 용지 13쪽 분량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손씨가 실종된 이래 아버지 손현(50)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사건 관련 글을 써왔지만, 유족 명의로 입장문을 낸 건 처음이다.

유족 측은 입장문에서 손씨의 자살이나 실족 가능성을 배척했다. 유족 측은 "정민이가 술에 취하면 잠드는 버릇이 있고 당시 혼자 거동을 못 할 만큼 술에 취한 점을 감안하면, 쌀쌀한 날씨에 혼자 한강에 들어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민이는) 즉흥적으로 바다나 강에 들어간 적이 없고 평소 물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라고 주장했다. 손씨 실종 당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한강에 입수하는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 손씨 양말에 묻은 토질이 해당 수역 바닥 토양 성분과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 등 경찰이 최근 공개한 수사 내용에 불신을 표시한 것이다.

유족 측은 A씨와 그 가족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A씨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한강공원에 되돌아와 20분가량 강 비탈면을 살핀 점 △A씨가 당시 착용했던 티셔츠와 신발을 다음 날 버린 점 △손씨 휴대폰에 잠금이 걸려 있지 않은 데도 A씨가 손씨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은 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실종 당일 오전 5시 이후 CCTV 녹화 영상을 근거로, A씨가 실종 현장에 되돌아와 울타리를 넘거나 나들목(일명 '토끼굴')을 지나는 모습을 보면 "만취해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재차 내놨다. 유족 측은 손씨가 실종된 상태일 때 다른 대학 친구들과 달리 A씨 가족이 수색을 돕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유족 측은 경찰에 대해서도 "사건의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씨와 그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 확보에 주력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영상 분석, 거짓말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을 통한 A씨 진술 확보에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경찰은 손씨 실종 이후 A씨를 7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여기엔 두 번의 최면 수사와 한 번의 프로파일러 면담이 포함됐다. 유족 측은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자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랄 뿐 누군가를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도 밝혔다.

경찰은 유족 측의 요구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현장 상황을 명확히 하고 추가 목격자를 확보하기 위해 CCTV 및 제보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저장 기간이 지난 CCTV에 대해서는 포렌식을 실시했다"라며 "중요 목격자들은 현장조사 및 최면수사를 통해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A씨 휴대폰을 찾기 위해 해군장비까지 동원해 한강을 수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앞서 경찰이 A씨의 태블릿 PC와 노트북, A씨 부모와 누나의 휴대폰, 실종 당일 현장에 타고 왔던 가족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통화 내역이나 메시지, 데이터 등의 삭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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