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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상화폐 전문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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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비트코인 급락장에서 경제부 기자 출신 가상화폐 전문가가 잔고를 강제 청산당한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되었다.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 중인 고란씨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습니다"라며 "개인적으로도 오늘 청산을 당했다"라고 고백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가상화폐를 빌려주는 대출 플랫폼을 쓰고 있었다고 밝힌 고씨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30% 이상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레버리지 투자를 했는데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강제 청산을 당했다고 한다. 고씨는 10일 전 자산과 비교해 정확히 8분의 1토막이 났다고 했는데 누리꾼들은 고씨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비트코인 시세를 고려했을 때 39억 원가량 손해를 봤을 것 같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십여 년간 주요 일간지의 경제부 기자로 근무하면서 장기간 투자관련 기명칼럼을 기고했고 여러 권의 재테크 서적도 집필한 경제 전문 언론인이 자신의 투자실패 사실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 한편으론 신선하게 다가온다. 보통 투자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잘된 것만 과장해서 말하고 잘 안 된 것은 숨기는 편인데 역시 평소 진솔한 글과 말로 대중과 소통해온 그답다. 고씨의 경험담은 가상화폐나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원래 인간은 술, 담배, 마약, 도박 등 해로운 것이 더 강하게 끌리는 법인데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주는 매력만큼 중독성도 해악도 크다. 파생상품, 기획부동산, 금융다단계 등 각종 투자상품 피해자들을 대리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인간은 생각보다 잘 알지 못하며, 탐욕에는 끝이 없고, 복잡하고 부정적인 것을 싫어하여 진실을 외면하며, 종종 두려움에 이끌려 불합리한 결정을 하다는 사실이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과 같은 가상화폐는 이러한 인간의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드는 신종 투자수단에 해당하기에 사람들이 더 끌릴 수밖에 없다.
고씨의 솔직한 고백이 주는 더 중요한 교훈은 ‘아는 것보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빚’, ‘굿바이, 빚’ 등의 저서를 통해 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무조건 빚부터 갚으라고 조언했던 그가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투자를 하면서 대출 플랫폼을 썼다는 사실은 그가 가상화폐 투자에 따른 성공에 도취되어 평정심을 잃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필자도 2000년 초 벤처열풍 때 벤처기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적이 있는데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명색이 변호사가 계약서도 안 쓰고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떼인 창피한 경험이었다. 누구든 무엇 하나에 생각이 꽂히면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다. 고씨는 자신의 유튜버 독자들에게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제가 확신에 차서 하는 얘기를 듣고 시장에 진입한 분들이 상당수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많이 원망스러우시겠지만, 저도 같이 힘들다는 점 말씀드린다"라고 고개 숙였다. 시장 무서운 줄 모르고 레버리지 투자로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는 고씨의 경험담을 남의 얘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부디 고씨가 이번의 투자 실패를 거울삼아 대중들에게 보다 냉정하고 사려 깊은 투자 조언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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