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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살리는 건 미접종자"… 백신 접종의 역설

입력
2021.05.25 13:20
수정
2021.05.25 13:3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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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 오락 지출 작년 1월 대비 20%↑
신중한 접종자보다 위험 감수 성향 큰 탓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백신센터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꺼내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5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백신센터에서 의료진이 얀센 백신을 꺼내들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과 미접종자 가운데 누가 더 활발한 경제 활동에 나서고 있을까. 통상 ‘백신 갑옷’을 입은 접종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침체됐던 미국 대면소비 시장을 빠르게 살리고 있는 건 미접종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중한 성향의 백신 접종자보다 모험적 성격이 강한 미접종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백신 접종의 역설’인 셈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카디파이의 설문조사를 인용, “백신 접종자보다 미접종자가 대면 경제활동과 소비를 더 빠른 속도로 늘린다”고 보도했다. 카디파이는 지난달 미국 모바일 보상플랫폼 ‘드롭’ 이용자 1,600명의 신용ㆍ직불카드 거래 내역을 예방접종 현황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오락(엔터테인먼트) 관련 장소 지출이 감염병 유행 직전인 지난해 1월보다 20%나 늘었다.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한 사람들이 10%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백신을 맞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접종 속도전 전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분석업체 어니스트리서치의 최근 조사에서는 공항, 호텔, 극장 등 대면 서비스업종의 유동인구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州)에서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률이 45% 미만인 주에서는 이들 업종 방문자 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71.2%까지 회복된 반면, 이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주에서는 절반 수준(52.7%)에 불과했다. 헬스장 방문자 역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코로나19 이전의 87.3%)와 높은 주(68.5%) 간 격차가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업계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성향’에서 이유를 찾았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위험(리스크)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 커, 감염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데릭 풍 카디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신중한 낙관주의’를 보이는 접종자들이 사람이 많은 장소를 불편해하면서 오히려 위험 내성이 강한 미접종자들이 먼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주의 경우 주로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곳이란 점도 다른 양상의 소비 회복을 설명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잭 암셀 어니스트리서치 이사는 “이들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영업활동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시민들이 일찌감치 온라인쇼핑 습관을 들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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