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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대신 화장품 산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美

입력
2021.05.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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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패턴, 생필품 줄고 미용용품 늘어
대면 수업·항공 여행객도 정상화 수순
백신 속도전 자신감… 시기상조 우려도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이 점원과 대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이 점원과 대화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미용제품과 치아미백제는 올해 1분기 미국 대형 유통 체인 월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려 나간 품목들이다. 지난달엔 여행용 가방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00% 폭증했고, 자명종 시계와 파티 용품은 두 배, 풍선은 50% 많이 판매됐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각광받던 생활필수품류의 매출은 감소세다. 시장정보업체 닐슨IQ에 따르면 화장지류 판매는 이달 1일 기준 최근 4주간 전년 동기 대비 18.3% 빠졌고, 밀가루 등 제빵 재료 매출도 35.6%나 떨어졌다. 24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인 관계에 필요한 제품들로 쇼핑 카트가 채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과거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징후는 소비 패턴뿐 아니다. 미 최대 교육구인 뉴욕시는 가을 학기부터 모든 공립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이날 원격 기자회견에서 방침을 공식화했다. 100만명에 육박하는 뉴욕시의 초중고 재학생들은 2021~2022학기가 시작되는 9월 13일부터 전원 등교하게 된다.

가을 학기 원격 수업을 폐지한 미 대도시는 뉴욕이 처음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학교 수업 정상화는 시간 문제다. 학생 수가 뉴욕 다음인 로스앤젤레스(LA) 통합교육구도 가을부터 주 5일 대면 수업을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여행 수요 증가도 일상 회복 신호다. 이날 CNN방송은 연방 교통안전청(TSA) 통계를 인용해 일요일인 23일 미 전역에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여행객이 186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5월 메모리얼 데이 연휴 직전 일요일 항공 여행객 규모(210만명)의 90%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항공 여객은 26만7,000명밖에 안 됐다.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항이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토드 루이스 골프채널 기자 트위터 캡처

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항이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토드 루이스 골프채널 기자 트위터 캡처

미국의 코로나19 감염 추세를 보면 이런 일들이 납득된다. 최근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만5,000여명, 540여명이었는데 이는 한 달 전보다 각각 57%, 23% 적은 수치다.

무엇보다 백신의 힘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23일 현재 50개 주(州) 중 절반인 25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성인의 절반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백신 속도전의 목표였던 만큼 일상 복귀는 접종 상위권 국가에 공통된 현상이다. 선두인 이스라엘의 경우 내달 1일 실내 마스크 착용만 빼고 기존 방역 봉쇄 조치를 전부 해제한다. 3월부터 5주 간격으로 봉쇄를 풀고 있는 영국은 현재 3단계다. 식당ㆍ술집, 극장, 호텔 영업이 17일부터 다시 허용됐다. 4단계가 적용되면 거리 두기 등 법적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23일 기준 이스라엘ㆍ미국ㆍ영국의 백신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각각 59.1%, 38.9%, 33.4%로, 1, 4, 5위다.

물론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미 학부모 단체 ‘양질의 교육을 위한 연합’의 재스민 그리퍼 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 “교실이 과밀일 경우 아이를 등교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학부모들이 아직 있다”고 전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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