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코로나 집단면역' 환상 부추기면 외려 해악"… 전문가들의 경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실현되기 어려워 허구에 가까운 ‘집단 면역’ 개념의 정치적 남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인류의 고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승산이 떨어지는 ‘백신 거부’와의 싸움에 매달리느니 없어서 못 맞는 빈국과 백신을 나누는 게 부국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조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공중 보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코로나19 집단 면역 도달 가능성을 타진하고 어떤 식으로 백신 접종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지 방향성과 방안도 제시했다.
FT에 따르면 감염병 전파 속도를 늦춰 끝내 바이러스가 사라지도록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이 집단 면역이다. 이는 감염을 통해서든 백신 접종을 통해서든 일정 비율 인구가 면역을 보유했을 때 가능해진다. 각국 보건 당국이 상정하는 해당 비율은 통상 75~80%다. 미국과 영국 등 확보한 백신 물량이 넉넉한 나라들은 이 비율을 끌어올리려 온갖 유인책(인센티브)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안간힘에는 한계가 있다고 매체는 지적한다. 일단 집단 면역은 결승선처럼 설정 가능한 어떤 지점이 아니라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누적적인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존 에드먼즈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온ㆍ오프 스위치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더욱이 설령 어떤 목표치를 상정하더라도 그걸 달성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센티브로는 돌파할 수 없는 백신 저항의 벽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요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신념이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폄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부터 자연스럽지 않은 건 전부 경멸하는 비순응주의자까지 백신 거부자는 이념 좌우를 막론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초래한 부작용 걱정과 흑인ㆍ히스패닉 등 미 소수 인종 집단의 의료 기관 불신 등도 장애물이다.
어린이 접종도 큰 걸림돌인데, 기존 가설상 젊고 어릴수록 코로나19로 중증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이 감소하는 만큼 득보다 실이 큰 백신 접종의 위험을 대부분 부모가 굳이 자녀한테 감내하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예측 불가능한 건 바이러스의 행태도 인간 행동과 마찬가지다. 세계 모든 지역이 완전히 고른 면역 수준에 이른다는 건 꿈 같은 얘기다. 면역이 취약한 곳에서 변이는 솟아오르고 여행자들이 이를 실어 나른다. 미 텍사스대 코로나19 모델링 컨소시엄 팀장인 로런 마이어스는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번성할 수 있게 저장소 역할을 할 만한 곳들은 세계에 널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꾸 집단 면역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불필요할 뿐 아니라 집단 면역에 최대한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비판이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의 폴 헌터 교수는 “잘못 쓰인 집단 면역 용어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보호해 줄 테니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편승 심리를 자극하는 동시에, 성급한 거리 두기 방역 완화의 근거를 (정치권과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집단 면역 환상이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실효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FT가 제안하는 건 백신 공유다. 영국 노팅엄대 교수 조너선 볼(바이러스학)은 “백신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의 백신 갈증이 (백신이 남아도는 나라보다) 더 크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했다. 백신 형평성 강화가 변이 출몰 차단의 첩경이기도 하다는 게 공통된 전문가들 얘기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