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백신 공급 아쉬워" vs "다음 정권 한미관계 토대" [전문가 평가]

입력
2021.05.24 04:30
수정
2021.05.24 15: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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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전문가 5인 평가
"美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챙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미국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챙겼다"로 요약된다. 공동성명에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대만해협을 명시하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한 대신, 싱가포르 선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을 담은 것은 성과라는 것이다. 다만 기대가 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대량 확보와 향후 중국과의 관계는 과제로 꼽았다.

양무진 "성 김 대북특별대표에 北 호응 기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3일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얻었고, 미국 입장에서는 경제(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얻어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얻은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반발할 수 있는 대북인권특사가 아닌,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양 교수는 “성 김 대표는 과거 대북 접촉을 많이 해 북한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북한이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리 군 장병 55만 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것도 "미군 주둔지역인 일본의 자위대와 독일 군대에 직접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신범철 "시진핑의 방한 사실상 어려워져"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를 최대 성과로 꼽으면서도 대만해협 문제를 거론한 것은 패착으로 봤다. 신 센터장은 "정부가 나름 수위 조절은 했지만 결국 미국 의도에 끌려갔다"며 "대만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전망했다. 백신에 대해서도 "당장 우리가 필요한 백신을 들여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반도체·배터리와 5G·6G 등 기술 협력을 약속한 건 긍정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의 공급망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겠지만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애틀란타=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애틀란타=뉴시스


박원곤 "美와 기술협력은 중요한 선택"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회담의 가장 큰 업적은 미국과 기술 분야의 협력이 구체화됐다는 점"이라며 "이번에 협력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산업 경쟁력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생각하는 동맹의 우선순위가 대중 견제로 바뀌었고, 그게 가장 첨예하게 이뤄지는 분야가 경제·기술 분야"라고 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공동기자회견에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표정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말을 조심하는 노력이 보였다"며 "한미가 북한을 대화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의 선택이 남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영상을 통해 하이난에서 개막한 보아오포럼(BFA)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영상을 통해 하이난에서 개막한 보아오포럼(BFA)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위성락 "文, 대만 언급 사상 초유…中 반발할 것"

이명박 정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미가 서로의 목표를 얻기 위해 일종의 '주고받기'를 했는데 그게 진짜 성과인지는 자세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준수한다'가 아니라 '기초로 한다'고 명시됐는데,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할 기류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동성명뿐 아니라 문 대통령이 '대만해협'을 직접 구두로 언급한 건 사상 초유의 일로 중국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에 대해선 "괜찮은 성과인데 정부가 처음부터 공동 생산을 말했어야 했다"며 "과도하게 기대를 부풀려 성취가 손상된 면이 있다"고 했다.

고명현 "대북관계 안정적 유지 위한 여건 조성"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인데 남북관계가 파탄나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대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평타는 쳤다"며 "다음 정부가 한미관계를 좋은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은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쿼드와 대만해협 언급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중 견제 압박이 굉장히 컸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홍인택 기자
박재연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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