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신 허브' 좋긴 한데… 당장 우리가 쓸 백신은?

입력
2021.05.24 04:30
수정
2021.05.24 08:3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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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하면서 한국이 '세계적 백신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 자평했다.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생산력이 만나 전 세계를 치유한다는 원대한 이야기다. 실제 미국이 백신 관련 파트너십을 맺은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비전에 가까워 지금 당장의 성과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단적으로,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던 '백신 스와프'는 체결되지 않았고 대신 '한국군 55만 명 지원'에 그쳤다. 한미 파트너십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인천=연합뉴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건물. 인천=연합뉴스


시각물_국내 위탁생산 코로나19 백신 현황

시각물_국내 위탁생산 코로나19 백신 현황


삼성바이오,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정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 행사를 열었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 간 체결된 계약 및 양해각서(MOU)는 모두 4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다. 국내 제약사의 해외 백신 위탁생산은 아스트라제네카(AZ), 노바백스, 스푸트니크V에 이어 4번째이지만, mRNA 백신으로는 처음이다. 바이러스 전달체, 합성항원과 함께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곧장 기술이전 및 시험생산 등을 거쳐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한계도 지적된다. 원액생산이 아니라 들여온 원액을 병에 주입해 밀봉하는 최종 단계만 맡는 방식이다. 거기다 삼성바이오의 모더나 백신 생산량은 수억 회분이 될 전망이지만 이는 국내 도입 예정인 4,000만 회분과는 별개다. 우리가 해당 물량을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는 협력의 초석을 놓은 만큼 추후 생산기반 확충, 생산 물량의 한국 공급, 기술이전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모더나의 잠재적 한국 투자 및 생산 관련 논의 협력을 위한 MOU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사 간 mRNA 백신 관련 연구 협력을 위한 MOU로 이어져 있다. △복지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간 백신 개발 및 생산에 대한 MOU 또한 같은 맥락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한 양국 간 백신 협력 관련 논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한 양국 간 백신 협력 관련 논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MOU는 단순 실적" vs "논의 시작은 성과"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린다. 한미정상회담으로 드러난 가장 직접적 이익은 사실상 한국군 전체인 55만 명분 백신 추가 확보와 모더나 위탁생산 정도여서다.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던 백신 스와프는 체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선진국에다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미군 주둔을 이유로 한국군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 정도로 성의를 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MOU 체결에 대해서도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MOU 중 기술이전에 대한 것, 혹은 언제쯤 어떤 백신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 같은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논의의 물꼬를 튼 것 자체가 성과라는 시각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 아무하고나 MOU를 체결하진 않는다"며 "백신 생산, 공급 인프라를 갖춘 데다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 생각해 우리에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적어도 몇 년 이상 갈 수 있다는 점, 이번 기회에 기술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논의는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결국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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