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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투자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러그풀'... 이번엔 360억원 피해 추정

입력
2021.05.23 16:00
수정
2021.05.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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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만들고 투자금 몰려들자 잠적
홈페이지에 "너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메시지 남겨


개발자들이 '러그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디파이100'의 홈페이지에 남은 메시지. 트위터 캡처

개발자들이 '러그풀'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디파이100'의 홈페이지에 남은 메시지. 트위터 캡처

"우리는 사기를 쳤어. 너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개발자"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소규모 신생 화폐들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2일에도 한 가상화폐 개발 프로젝트 홈페이지가 폐쇄되고 자신들이 사기임을 선언하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피해액을 3,200만 달러(약 360억 원)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코인데스크 등 가상화폐 관련 매체에 따르면, 'DeFi(디파이)100'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상화폐의 개발자가 홈페이지를 닫고 '먹튀'를 선언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가상화폐 매체들은 이 홈페이지에 "우린 너희(투자자)에게 사기를 쳤고 너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투자자를 모욕하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물론 홈페이지가 해킹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매체들은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도 디파이100의 공식 계정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유명한 익명 분석가 '닥터 웨일'과 코인데스크 등은 피해액이 3,200만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가상화폐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디파이100과 관련 '스캠(금융사기)이라는 보고가 있다' '개발자가 사라졌다' 등의 경고 문구를 내걸었다.

이런 행태는 점점 더 자주 발생하며 규모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도지코인으로 대표되는 밈(온라인 유행 요소) 자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홍보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해 급격히 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자 기존 가상화폐 투자자들마저 거품을 걱정하는 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진도지(Jindoge)' 역시 도지코인에 대항하는 국산 개 코인이라는 밈을 내걸어 투자금을 모은 후 개발자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최소 2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한 개발자가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만든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가지고 있던 코인을 팔아치우면서 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94% 폭락했다. 홈페이지 캡처

국내 한 개발자가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만든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가지고 있던 코인을 팔아치우면서 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94% 폭락했다. 홈페이지 캡처

영어권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선 이를 '러그풀(rug pull)'이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자금을 가진 채 사라지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 행동을 '양탄자를 끌어당겨 그 위에 있는 물건을 쓰러트리는 행동'에 비유한 것이다. 이 표현을 더 줄여 소규모 가상화폐를 샀다가 피해를 본 이들을 '러그당했다(rugged)'고 하기도 한다.

사기 범죄자들의 활동을 보면,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가상화폐를 상장한 후, 이더리움 등 다른 화폐에 연결한 상태에서 가치를 급격히 뻥튀기한 뒤 투자자들이 몰리면 그만큼의 돈을 들고 사라지는 방식을 쓴다.

최근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별다른 규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옥석 가리기'가 어렵다는 허점을 노린 셈이다.

가상화폐 관련 매체들은 러그풀 위험을 피하기 위해 ①신생 가상화폐들이 제3자의 감사를 받았는지 ②개발자의 신원이 명확하게 공개돼 있는지 ③소유 구조가 편중돼 대량의 매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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