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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연명 서울지하철… 직원 56%가 근속 20년 이상

입력
2021.05.25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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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후 흑자 전환은커녕 적자 큰 폭 늘어
허리 없는 '모래시계형' 기형적 인력 구조
공공재 성격 감안해도 '저효율 경영' 가속
올해는 사상 최대 1조 6000억 적자 예상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이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교통공사가 역대급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에 칼을 빼든 것은 연간 5,000억 원대 수준이던 당기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1조1,137억 원으로 급증한 게 주요 배경이다. 직원 1만 7,000명의 교통공사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도권 전철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적자 마지노선은 1조 원’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도 조 단위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파산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조는 그러나 “지하철이 서울 외곽으로 계속 확장하는 추세라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간 손실 1조 원… 운임수입 4,400억 원 감소

24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1,137억 원(잠정치)으로 전년(5,865억 원 손실)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4,448억 원 감소한 반면, 비용은 824억 원 증가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성중기 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올해 1조5,991억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공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5,000억 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최근 승인했다”며 “이것으로도 자금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연말에 7,000억 원을 추가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의 손실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높다.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며 추진된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이 2017년 5월 단행했지만, 이후에도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기손실은 통합 전 3,600억 원에서 통합 후 6,000억 원으로 70% 가량 확대됐다. 적어도 재정 건전성 측면에선 통합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시절이던 2013년 양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맥킨지ㆍ삼일회계법인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통합 3년 뒤인 2020년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지만, 흑자는커녕 적자폭만 확대됐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합병 용역보고서 제안 거의 안 지켜져

컨설팅 보고서는 단기채무 감축 방안으로 유휴토지, 용답동 골프연습장, 교육문화센터, 동대문 별관 매각 그리고 방배동 사옥 매각 후 임차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매각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는 “통합 전후 자산 매각은 없었다”며 “지난해 8월 용산국제빌딩 주변 토지와 건물 일부를 매각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도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예고되고서야 움직인 것이다.

보고서에선 2013년 인건비 비중이 서울메트로 56%, 서울도시철도 45%로 홍콩 MTR(37%), 싱가포르ㆍ도쿄 메트로(26%)보다 높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2017년 통합 출범 당시 퇴직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1,029명을 감축하기도 했지만, 인건비 비중은 지난해 기준 49.7%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정원 1,000명 감축, 고임금 장기 재직자 명퇴, 신입 직원 선발을 병행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낮은 지하철 운임, 무임 수송비 미지원 등 현 상황이 교통공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측면은 있지만, 조직의 고비용 인력구조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5월 현재 공사 직원 1만 6,792명 중 20년 이상 재직 직원이 과반(9,507명)이다. 이는 1기 지하철(1~4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이 적지 않은 데다, 서울 지하철 2기(5~8호선) 노선 출범 전후로 직원을 대거 뽑은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후 채용을 대폭 줄여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근속연수 16~20년(3.2%), 11~15년(7.4%), 6~10년(5.1%)에 속하는 직원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반면 최근 몇 년 전부터 베이비부머(55~63년생) 세대 직원들이 정년 퇴직하면서 대규모 신입 직원 공개채용이 이뤄져 근속 연수가 5년 이하인 직원은 27.7% 수준이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젊은 직원과 고경력자가 두텁고,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6~20년 근속 직원들이 얇은 ‘모래시계’형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통합 후 중복 조직, 인력 문제 여전

서울교통공사의 기형적 인력 구조는 인건비와 임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평가급과 식대 등 각종 수당을 포함한 직원 평균임금이 지난해 7,208만 원이었다. 이는 신입사원 평균임금(3,441만 원)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20년 재직자(7,200만 원) 이상인 직원 비중이 높아 평균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성중기 시의회 의원은 “평균 연봉이 높은 편이라 자구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사 경영평가에 참여했던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됐지만 여전히 인력과 기능 중복 문제가 있고, 화학적 융합이 잘 안 된 측면도 있다”며 “효율적 인력 활용과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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