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민심 수용 다짐한 민주당
친문 파워에 당심 좇는 행보로 회귀
민심·당심 아울러 쇄신·변화 이뤄야
더불어민주당 5ㆍ2 전당대회 결과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당은 지도부가 이끌지만 지도부를 움직이는 것은 친문 강성 당원이라는 사실. 비문 송영길 대표는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5석 중 3석을 차지한 친문계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됐다. 친문 강성 당원의 입김이 강한 구조다 보니 4ㆍ7 재·보궐선거 패배 후 수그러들 듯하던 친문계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김용민 최고위원이 일성으로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번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친문 위세 회복을 기정사실화할 정도다. 민심의 겸허한 수용을 다짐하며 고개 숙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재·보선 이전의 독주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4·7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자신들의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의 태도와 부동산 정책 실패, 검찰 개혁 피로감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180석 슈퍼 여당’이 민심이라며 국회법과 관례는 건너뛴 채 임대차 3법 처리 등 입법 질주를 계속하고, ‘조국 사태’ 이후 오직 검찰 개혁만 내세우며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켜 민심 이반과 피로감만 가중시킨데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친문이 받들겠다던 민심은 당심으로 치환되고 있다. 비문 송 대표가 민심의 질책을 반영하기 위해 시도하던 부동산 정책 조정은 친문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추가 유예, 종합부동산세 완화, 무주택자ㆍ청년층 대출 확대는 없던 일이 돼간다. 재산세 감면 상한선 조정(6억 원→9억 원)도 진통 중이다. 당이 공언했던 부동산 세 부담 완화, 집값 안정, 내 집 마련 꿈 실현을 위한 정책 전환에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대선 주자들도 달라졌다.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친문 강성 당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5ㆍ18과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가 겹치며 친문ㆍ친노ㆍ호남을 향한 구애는 더 선명해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국민 통합을 위한 자신의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를 공식 사과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거친 언어로 검찰과 보수 언론에 날을 세우고 나섰다.
예상 효과가 긍·부정으로 극명히 갈리는 부동산 정책 조정 과정에서 의견 대립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난 민심을 부동산 정책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려는 의지나 유연성이 친문계에선 부족해 보인다는 게 문제다. 대선 주자들도 당심만 좇다 민심과 멀어지고, 그 괴리를 다시 메우려다 ‘표퓰리즘’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인다. ‘이대남’을 겨냥한 ‘여행비 1,000만 원’ ‘군 제대자 3,000만 원’ 지급 같은 현금성 공약, 전문성 검토 없이 불쑥 내놓은 GTX-D 노선 변경 추진 등이 그런 사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로남불’식 태도와 그 뿌리인 ‘편 가르기 의식’이 여전히 강한 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수사를 맹비난한 저변에는 ‘왜 우리 편을 수사하느냐’는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검찰 개혁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출범시킨 공수처의 1호 사건 수사 대상이 친여 성향이라 해서 공수처를 흔드는 건 자가당착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주체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래선 공수처의 어떤 수사 결과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 공수처 탄생의 주역이라면 공수처ㆍ검찰 갈등을 해소할 입법 보완을 서둘러 공수처의 안착을 돕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공수처 수사에 왈가왈부할수록 국민들은 절로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민주당에는 4ㆍ7 재·보선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관성을 누르고 당심과 민심을 아우르는 균형감으로 쇄신과 변화를 이루려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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