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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끼리 속옷 색깔 감시, 체육대회 점수 반영... 황당한 日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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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이타현의 한 공립중학교가 학생들끼리 교복 셔츠 안에 입은 속옷 색깔을 서로 감시하고 흰 속옷이 아닐 경우 체육대회 때 감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니시닛폰(西日本)신문에 따르면 해당 중학교는 5월에 열리는 체육대회 10여일 전부터 흰색 속옷 착용 여부를 같은 팀 학생들끼리 체크한다. 교칙에 속옷 색깔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적발된 ‘체육제 규칙’ 위반자 수는 매일 교내 방송을 통해 발표된다. 체육대회 당일 각 팀이 경기에서 얻은 점수는 위반자 수에 따라 몇 점씩 차감된다. 승리 시 얻는 점수가 커 속옷 감점이 최종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겪는 정신적 파장은 작지 않다. 한 남학생은 평소 말도 섞어본 적 없는 여학생으로부터 “속옷이 흰색이 아닌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불쾌해졌다. 이 학생의 어머니는 신문사에 “속옷 색상이 왜 체육대회 점수와 결부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감은 기자에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학생회가 결정해 하고 있다”며 학교가 정한 교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후쿠오카현의 공립중학교에서도 비슷한 규칙이 드러났다. 체육대회 연습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방과 후 학교 문을 철저히 닫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팀에 가점을 준다. 또 다른 중학교에선 반대로 체육대회 전에 교실 문단속이 미비하거나 분실물이 있으면 감점을 준다. 이 학교 2학년 여학생은 “물건을 잃어버린 학생은 있을 곳이 없어진다. 따가운 시선을 받아, 마치 공개처형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추오(中央)대 이케다 겐이치 교수(교육학)는 이런 제도에 대해 “서로를 감시하는 눈을 기르는 것으로, 단결은커녕 상호 불신을 키우는 관계가 돼버린다”라고 경고했다. 이케다 교수는 “학생회의 자주적 행동이라 해도 사실 교사들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것일 뿐”이라며 “교원에게 평가받기 때문에 학생이 보다 엄격한 교칙을 요구하는 예는 많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선 2017년 오사카에서 원래 갈색 머리라도 검은 머리로 염색하라는 교칙에 대해 한 고교생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학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블랙 교칙’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올해 3월에는 교복과 사복을 학생이 선택해 입는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교사 1만8,000여 명이 문부과학성에 블랙 교칙 배제 원칙을 명확히 하라며 서명을 제출하기도 했다. 교칙 제정과 변경 시 학생들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두발부터 신발, 속옷, 양말 색깔까지 세세히 지정하는 규칙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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