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가장 부각된 것이 롱테일 경제다. 크리스 앤더슨이 이름 붙인 롱테일 경제는 상위 20% 상품이 시장을 지배하던 파레토의 법칙을 무너뜨리고, 꼬리에 해당하던 80%의 상품이 긴 시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이 숨어 있는 1%까지 발굴하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롱테일 경제를 뛰어넘어 데이터 경제가 주목을 받는 시대다. 데이터 경제는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은 관련 도구와 능력을 지닌 특정 집단이나 기업만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 가상 공간인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쌓아놓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손쉽게 분석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활용하도록 상품화하는 시대가 됐다. 즉 데이터 자체가 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 스마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면서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그만큼 국가나 기업, 개인 모두 데이터 경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 주권의 적극적 주장이다. 이용자들이 각종 활동에서 발생한 데이터들은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소유와 활용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용자보호약관 등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무조건 동의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을 어떻게 지키고 활용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도 얼마나 정확하게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기업 활동에 반영하는지가 곧 승패를 가르게 된다. 소비자 데이터를 단순히 마케팅에만 활용해서는 승산이 없다. 제품과 서비스 기획, 생산, 유통 등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경제 전략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공공 데이터의 활용과 기업이나 산업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개방형 데이터(오픈 데이터) 정책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10년 전부터 공공 데이터 활용 준비를 해왔다. 영국은 내각사무국이 주축이 돼서 모든 공공 데이터를 저장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CKAN’을 2010년에 만들어 공개했다. 미국도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3년에 오픈 데이터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과 미국의 오픈 데이터 정책 공통점은 적절하게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표준화한 것이다. 제각기 다른 형식이 아닌 공동의 포맷으로 데이터를 저장해야 AI나 각종 소프트웨어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공공 데이터 제공 및 이용법’에 따라 공공 데이터 포털을 만들어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또 금융, 건강 등 데이터에 따라 규제 기관과 관련 법률이 달라서 이용에 제한도 많다. 따라서 데이터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는 경제 활동의 부산물이 아닌 화폐처럼 경제 활동의 중요한 축이 됐다. 개인은 데이터 주권을 통해 능동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기업과 정부는 이를 효율적으로 경제활동에 연계해 대내외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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