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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추왓추] 로봇청소기가 살인기계로 돌변… 상상+애니=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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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시기를 알 수 없는 미래. 사람들은 로봇에 의존해 산다. 로봇이 반려견을 산책 시키고, 늙은 주인을 대신해 테니스를 친다. 로봇청소기가 집안 일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인간은 그저 건강을 챙기며 삶을 즐기면 될 뿐이다. 그런데 뭐든 완벽하게 해내던 로봇청소기가 갑자기 말을 안 듣는다. 오작동으로 살인기계로 돌변한다. 기계의 반란인 셈. 이 황망한 위기를 인간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단편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 속 ‘자동고객서비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서늘한 웃음을 전한다.
문명의 이기가 때론 흉기가 된다. 생활의 편리를 제공하던 전자제품이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2019년 첫 소개된 ‘러브, 데스+로봇’은 과학 발전의 명암을 간파해 전한다. 최근 공개된 시즌2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인간과 삶의 본질을 살핀다. 제목이 암시하듯 사랑과 죽음 또는 로봇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단편 애니메이션 8편으로 구성됐다.
이야기들은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팝 스쿼드’를 예를 들면 이렇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영생할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한정된 자원 때문에 출산은 불법이다. 생명 연장과 번식이라는 인간의 두 본능이 부딪히며 갈등이 생긴다. 불법적으로 양육되는 아이를 찾아내 제거하는 형사까지 생겨난다.
산타클로스를 다른 이미지로 그린 에피소드도 있다. ‘집 안에서 생긴 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기다린다. 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갔다가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와 맞닥뜨린다.
‘러브, 데스+로봇’ 속 에피소드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하려는 메시지에 맞춰서다. ‘자동고객서비스’가 명랑 만화 같다면 ‘팝 스쿼드’는 SF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를 닮았다. 머나먼 우주를 배경으로 한 ‘황야의 스노’는 실사영화처럼 인물이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거인의 죽음’은 폭풍이 몰아친 후 해변에 떠밀려 온 거인을 실사처럼 그려낸다. ‘걸리버 여행기’의 현대판 변주다. 소인국 사람들 입장에서 만약 걸리버가 죽은 채 해변에서 발견됐다면 어떤 일을 벌어졌을까라는 상상이 반영됐다. ‘집 안에서 생긴 일’은 공포물과 괴수물의 이미지가 섞여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개성 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독특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일상에서 우리의 예측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을 때 느끼게 될 공포를 묘사한다.
눈만 즐거운 게 아니다. 뇌까지 자극한다. 생활 속 기계가 정말 반란을 일으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머나먼 행성을 미국 서부처럼 떠돈다면 어떤 일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로봇이라는 수식이 붙은 시리즈이지만 8편 중 3편은 로봇과는 거리가 있다. 시기도 미래가 아닌 현재 또는 과거다. 5편만이 미래를 다루는데도 8편 모두 미래지향적이다. ‘풀숲’은 풀숲에서 도사리는 괴생명체가 주는 이질감으로, ‘거인의 죽음’은 거대한 생명체의 비현실감으로 현재와는 거리가 먼 앞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각 에피소드는 어떤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황야의 스노’와 ‘팝 스쿼드’는 불멸에 대해, ‘집안에서 생긴 일’과 ‘풀숲’은 상식에 대해, ‘거인의 죽음’은 생명의 속성에 대한 단상을 만들어낸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2019년 첫 선을 보인 시즌1은 기발한 상상력을 독특한 이미지로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전복적인 내용과 반전이 흥미로웠고, 메시지는 강렬했다. 시즌2는 시즌1에 비하면 뭉툭한 느낌이다. 흥미로운 소재를 예사롭지 않은 비주얼로 전개하나 강렬함은 덜 하다. 단편 애니메이션이라는 포맷이 지닌 매력은 여전하다. 실사로는 표현하기 힘든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맛보기식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 에피소드는 길어야 18분, 가장 짧은 게 7분이다. 언제 재미있어지나 기다리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인 장편영화보다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듯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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