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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 수위 높이는 각국 정부… ECB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튤립 버블"

입력
2021.05.20 17:14
수정
2021.05.20 17: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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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와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 자료사진

미국 달러와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 자료사진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경계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유럽에선 암호화폐 가격 급등락을 과거 대규모 금융사기에 비유할 정도로 규제 움직임이 무르익었고, 중국은 아예 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섰다. 가뜩이나 ‘머스크 리스크’로 시장 상황이 불안한데, 정부 규제란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더욱더 요동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17, 18세기 ‘튤립 버블(거품)’과 ‘남해 버블’ 사건을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버블 역사에서 단골로 회자되는 사례들을 거론하며 투기만 횡행하는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을 거품으로 치부한 것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매우 약하다”며 “기본 가치를 식별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투자로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CB는 과도한 탄소 발자국(직ㆍ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과 전용 가능성도 암호화폐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간과할 수 없단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권과 금융당국 역시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날 열린 하원 금융위원회의 화두도 단연 암호화폐였다. 의원들은 시장 변동성을 우려하며 효율적인 감독ㆍ규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랜들 퀄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부의장은 “연준은 다양한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규제 방식에 접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11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는 공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내달 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일종의 경고가 나오면서 승인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은 금융당국 주도로 암호화폐 투기를 뿌리 뽑을 태세다. 전날 중국인터넷금융협회와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지급결제협회 등 국영 금융 유관협회는 “암호화폐는 진짜 화폐가 아니라 시중에 유통되거나 사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도 “현재 암호화폐는 정부 기관이 인증하지 않은 만큼 실생활에 어떤 용도로도 쓰일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은 기존 금융 감시망에서 벗어난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이 독점해 온 화폐 발권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최근 과도한 유동성으로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조짐이 뚜렷해지자 칼을 빼든 것으로 분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설화(舌禍)에 이어 악재가 잇따르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4만380달러(오후 4시 기준)로 가까스로 4만 달러 선을 지켰다. 전날 3만 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다소 반등했지만 한 달 전(6만4,000달러)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몸값이 떨어졌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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