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곱버스 함부로 타면 지옥 사파리 투어한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연예부 기자로 일하며 현타를 겪는 순간 중 하나는 경찰과 검찰을 취재할 때다. 잡지사와 스포츠 신문사가 출입처로 등록되지 않은 탓에 방문증 끊고 취재해야 하는데 정보 접근 자체가 어렵다.
여기에 생경한 수사 방식과 법률 용어 탓에 1진 선배와 데스크에게 구타유발자가 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구속영장 신청과 발부의 주체가 다르고, 입건이 정식 사건 번호가 부여되는 것이며, 기소가 법원에 대해 검사가 형사사건의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 행위라는 기본조차 몰랐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연예인이 음주운전부터 폭행, 마약 등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취재 배정을 받으면 한동안 '죽었다' 되새김하며 경찰서와 검찰청, 법정으로 출퇴근해야 했다.
호송버스에서 내릴 때 표정과 당일 유치장에 나온 식단까지 자잘한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보고하고 중요한 내용을 추려 기사화해야 했는데 20년 동안 희비가 엇갈리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었다.
잡지사 기자 시절 가장 충격받은 사건은 한 중견 탤런트의 이혼 취재였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의 아내가 자동차 영업사원과 혼외정사를 벌였고, 이를 알게 된 그가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하며 재판 이혼하는 과정을 1년 가까이 취재했다.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들과 도저히 한국에서 살 자신이 없다"는 그를 출국 전날 집에서 인터뷰하며 기자도 눈물을 떨궜던 기억이 난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스트레스를 겪으면 사람이 몇 달 만에 백발이 될 수 있다는 걸 목격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최근 2, 3년 사이 연예부 기자들에게 '빡센' 법조 취재 경험을 하게 해준 이는 다름 아닌 승리와 정준영이었다. 화려한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승츠비'로 불린 빅뱅 막내 승리와 '슈퍼스타K'로 주목받은 로커 정준영은 하루아침에 성범죄자가 된 불명예 스타다.
너무 이른 나이에 돈과 인기, 명예를 맛본 반작용인 걸까. 중요한 건 그들의 비뚤어진 성 의식과 타락한 우월감 때문에 많은 여성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는 점이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체포돼 온 가수 A도 경찰서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방송사 기자들과 함께 10분 안에 끝낸다는 조건으로 이뤄진 취재였다.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책상에 고개를 푹 숙인 그는 울먹이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는데 인상적인 건 그 모습을 밖에서 지켜본 그의 아버지의 태도였다.
정장 차림으로 경찰서에 온 그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자식을 잘못 키웠습니다. 엄벌 받게 해주십시오"라고 당부해 귀를 의심케 했다. 보통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린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닌데"라고 할 텐데 정반대였던 거다.
대마초와 프로포폴에 이어 최근엔 마약 유통까지 손대며 인생을 망치는 연예인이 늘고 있다. 이런 향정신성의약품 범죄뿐 아니라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전자발찌까지 찬 그룹 룰라 멤버 고영욱 등 파렴치한 사건은 쾌락을 다스리지 못해서 벌어진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다.
젊을 때는 누구나 마음속에 미쳐 날뛰는 야생마 한 마리쯤 있게 마련인데 이 말을 길들일 자신이 없다면 튼튼한 울타리라도 만들어 둬야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결과다.
주식 투자를 할 때도 쾌락을 담당하는 도파민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산전수전 겪은 고수가 아닌 이상 주가가 널뛸 때마다 도파민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 이런 흥분 상태는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져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이런 쾌락적인 DNA가 녹아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 인버스다. 인버스는 코스피200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게끔 설계된 ETF 상품인데 두 배 수익이 나도록 만들어진 게 곱버스라고 불리는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다.
이는 주로 수천억 원을 굴리는 기관 투자가들의 위험 분산용으로 활용된다. 애초부터 수익을 내려고 만들어진 상품이 아닌 거다. 그런데 이를 개미들이 몰려가 묻지마 투자해 큰 손실을 자초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통계를 보니 여성보다 남성, 남성 중에서도 20~40대가 가장 많이 인버스, 곱버스 상품에 돈을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올 초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오를 만큼 올랐으니 곧 떨어질 것'이라며 하락에 베팅했다. 하지만 지수는 야속하게 그들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는 5월 현재 2,000대까지 주저앉으며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6개월 수익률은 반 토막 수준이며 1년 전 샀다면 3분의 1토막 신세다.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들에 자주 털리는 이유는 뭘까. 자본의 크기도 크기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매수, 매도 포지션을 읽히고 게임에 임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개인들의 신용 융자 규모와 레버리지 거래가 실시간 전산망에 뜨는데 이를 본 외국인과 기관들이 과연 개미들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줄까.
주식 투자는 우량 기업의 주식을 적립식으로 꾸준히 사 모으며 경영에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수익이 나는데 막연히 감과 느낌으로 지수의 등락을 맞춰 보겠다고 덤비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난센스다.
인버스, 곱버스는 정교하게 설계된 상품일 뿐 개미들 돈 벌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란 걸 명심하자. 이런 상품은 지수가 일관되게 하락, 폭락하면 큰돈을 버는 건 맞지만 반대로 움직이거나 횡보하면 개별 종목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돼 있다.
도박장에서 딴 돈으로 슈퍼카를 사는 사람은 봤어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로또 1등 당첨금을 끝까지 지킨 사람은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닌 사람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서사가 없는 돈은 허망하며 잠시 내 곁에 온다고 하더라도 결코 오래 머물지 못한다.
통찰력 있는 투자자로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기억하자.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기자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