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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어가는 계엄지역 미얀마인… "국제사회 도움 절실"

입력
2021.05.20 18:33

1만여 명 정글에 고립… 식량, 의약품 없어
군부, 유엔 비웃듯 러시아와 무기구매 추진

20일 군부의 탄압을 피해 밀림으로 피신한 미얀마 민닷의 노약자들이 대피 지역에서 힘없이 누워 있다. SNS 캡처

20일 군부의 탄압을 피해 밀림으로 피신한 미얀마 민닷의 노약자들이 대피 지역에서 힘없이 누워 있다. SNS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저항 중인 친주(州) 민닷 지역 주민들이 아사(餓死) 직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주민 전체를 반군 혹은 지원세력으로 판단한 군부가 계엄령을 내린 민닷 전체를 철저히 봉쇄한 탓이다. 시민들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등을 향해 "민닷을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응답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20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13일부터 전날까지 민닷 인근 밀림으로 피신한 주민은 최소 1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3,000여 명은 어린이와 노약자다. 도주 초기 가족 단위로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주민들은 최근 밀림 속 7개 대피소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가진 것들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버티기 위해서다. 민닷 시민행정청의 한 직원은 "도심은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진압군의 민가 약탈과 불법 체포도 극심하다"며 "전체 인구 4만명 중 90%가 피난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미얀마 민닷 주민들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밀림 속을 헤매고 있다. SNS 캡처

지난 19일 미얀마 민닷 주민들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밀림 속을 헤매고 있다. SNS 캡처

현재 민닷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의약품이다. 도피 당시 가져온 쌀과 기름, 소금, 콩 등은 밀림 생활이 일주일을 넘어가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마을로 내려가면 진압군에 체포되기에 이들은 산속을 헤집고 다니며 야생에서 먹거리를 구하고 있다. 지역 내 만연한 콜레라와 말라리아에 대처할 치료제와 예방약도 부족하다. 다수의 영·유아와 임산부를 위한 영양제를 원하는 건 사치일 정도다. 며칠 전 간질 발작이 온 18세 소년은 응급약이 없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민간 구호단체가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지만 군부에 '인도주의'라는 인식은 애초에 없었다. 실제로 계엄령 직후 인근 지역민들이 모금한 400만 짯(한화 275만 원)으로 텐트와 야영장비 등을 구매해 밀림에 전달한 한 단체는 현재 주민들과 함께 갇히는 신세가 됐다. 외부 시민들의 지원 움직임도 원천 봉쇄되고 있다. 이날 사가잉주에서 민닷 돕기 모금회를 진행하던 단체는 행사 시작과 동시에 군부에 체포됐다.

미얀마인들이 SNS에 "민닷을 구해달라"(#Save MinDat)는 글과 함께 올린 식수 차단 이미지. SNS 캡처

미얀마인들이 SNS에 "민닷을 구해달라"(#Save MinDat)는 글과 함께 올린 식수 차단 이미지. SNS 캡처

결국 마지막 희망은 국제사회의 지원이다. 시민들은 이를 위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UNHRC #Save MinDat(유엔 인권이사회, 민닷을 구하라)'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UNHRC와 민닷을 동시에 SNS에 노출시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는 게 목표다.

시민들의 절규에도 국제사회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당초 지난 18일 예정됐던 유엔 총회의 미얀마 군부 무기 공급 중단 표결은 이날까지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군부는 우방 러시아의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사절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2019년 미얀마에 자국 전투기 수호이(Su)-30 6대를 판매했던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미얀마의 주요 무기 거래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에서 진행 중인 각종 군부 제재안을 막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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