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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보란듯... 엘살바도르 앞세워 美 앞마당 휘젓는 中 ‘백신 외교’

입력
2021.05.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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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 대통령 "中, 조건없이 도와주는 친구"
3년 전 대만과 단교...中 백신·경제 지원 봇물
바이든 해외 백신 지원 발표 다음 날 뒤통수
로이터 "라틴 아메리카서 中 백신 외교 진전"
이웃 온두라스도 대만 대신 中 협력 저울질

50만 회분의 중국 시노백 코로나 백신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18일 오우젠훙 중국 대사가 공항 활주로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50만 회분의 중국 시노백 코로나 백신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18일 오우젠훙 중국 대사가 공항 활주로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조건 없이 도와준다. 중국은 미국과 다르다. 우리의 진정한 친구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중미 엘살바도르가 미국에 반기를 들었다. 중국 백신을 도입하고 중국과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노골적으로 미국에 날을 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신 해외 지원을 선언했지만, 중국이 보란듯이 미국의 앞마당을 휘젓고 다니며 ‘백신 외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50만 회분의 중국 시노백 백신이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00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해외에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에 더해 엘살바도르 의회는 2년 전 중국과 체결한 투자협정을 이날 비준했다. 중국이 인프라 건설에 5억 달러(약 5,659억 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으로부터 백신도 얻고 경제 활성화 동력도 확보한 것이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그 누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선 구세주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앞장서 분위기를 띄웠다. 백신 도착과 하역ㆍ운송 장면은 물론 오우젠훙(歐箭虹) 엘살바도르 주재 중국 대사의 공항 활주로 축사까지 동영상에 담아 트윗에 올렸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18일 세 번째로 도착한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 백신을 공항에서 하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18일 세 번째로 도착한 중국 시노백사의 코로나 백신을 공항에서 하역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엘살바도르가 이처럼 중국을 환대하는 건 주변 국가와 확연히 차이 나는 백신 접종률 때문이다.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백신을 들여와 접종률을 16%로 높였다. 반면 이웃 온두라스는 접종률이 1%에도 못 미친다. 양국은 1969년 축구 전쟁으로 4,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앙숙’이다. 그럼에도 엘살바도르는 우위를 과시하려 온두라스에 백신 3만4,000회분 공여 방침을 밝히며 여유를 보였다. 중국의 ‘통 큰’ 지원 덕분이다.

반면 미국은 ‘유상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의 부패 때문에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판단에서다. 로이터통신은 19일 “미국이 부패 명단을 작성하는 동안 중국은 무상지원으로 백신 공백을 메우며 라틴 아메리카에서 적잖은 외교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남미 주요 10개국이 도입한 백신 1억4,400만 회분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엘살바도르의 약진은 2018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으로 돌아선 덕분이다. 이에 온두라스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후안 오를란도 온두라스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무역사무소 개설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러자 대만 외교부는 “중국이 사정이 다급한 국가들에 백신을 사용하는 건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온두라스는 15개국으로 줄어든 대만의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환구망은 20일 미국과 대만을 싸잡아 비판하며 “중남미 국가들의 내정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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