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원조가 뭐기에...법적 다툼으로 간 '30년 남산돈가스 원조 논쟁'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8일 유튜버 빅페이스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남산돈까스'는 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했습니다. 그는 영상에서 남산 돈가스의 원조가 기존에 알려진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아닌 다른 곳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관련기사: 10년 만에 터진 남산돈까스 '원조' 공방...건물주는 5년을 속였다)
영상에 출연한 인근 돈가스 음식점 주인 박모씨는 자신이 먼저 서울 중구 소파로 101번지 자리에서 돈가스 장사를 했으며, 건물주에 의해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내쫓겼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영상은 21일 오후 기준 조회수 200만회를 넘어서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는데요. 영상이 업로드 된 이후 찾아간 박씨의 소파로 23번지 '남산돈가스'는 손님으로 북적북적한 모습이었습니다. 몇몇 손님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원조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는데요.
이에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두 차례 입장문과 사과문을 올렸는데요. 또 빅페이스와 박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산 돈가스 원조를 둘러싼 논쟁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아직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쟁점들이 남아 있어요.
원조 돈가스의 진실은 뭘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양측의 주장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해 봤습니다.
이 논란의 핵심 쟁점은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사용해 온 '1992년'이라는 설립 연도입니다.
박씨는 1992년이 자신이 돈가스 장사를 시작한 연도라고 주장했는데요. 자신이 남산 인근(소파로 103-1번지)에서 돈까스 음식점을 최초로 운영했다는 것입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10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1997년 2월부터 '남산 식당'이라는 상호로 가게를 운영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간판에 표기되었던 'Since 1992'는 박씨가 다른 자리에서 돈가스 음식점을 운영했던 연도를 임의로 표기한 것이라고 사과했습니다.
14일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홈페이지에서 추가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요. 'Since 1992'라는 문구의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관련한 모든 내용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처음 입장문을 발표했을 당시 홈페이지에는 1992년 설립됐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으나, 이후 없어졌는데요. 현재는 2002년 이전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박씨는 1997년에 원래 있던 자리를 떠났습니다. 박씨는 "당시 건물주로부터 쫓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인근에서 새 식당을 열었습니다.
그러던 중, 101번지 건물주로부터 자신의 건물로 들어와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박씨는 기자에게 "보라매공원 가게의 계약 기간 때문에 바로 가지 못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제 3자인 차모씨를 대신 보내 (돈가스 가게) 운영을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1999년 차씨에게 운영을 위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씨와 차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라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또 박씨가 사업주 이모씨(현 101번지 남산돈까스 대표의 시어머니)를 찾아와 남산돈까스의 운영을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는데요.
2003년 차씨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박씨는 6년 만에 남산으로 돌아와 101번지에서 남산돈까스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양측 입장이 확연히 갈립니다. 박씨 측은 단순 임대 계약,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위탁 운영을 주장하는 시점인데요.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2003년~2011년 박씨에게 임시로 '위탁 운영'을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위탁 운영이라는 말에 "말도 안 된다"면서 "건물주가 나중에 사업자 등록을 해주기로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박씨와 건물주 이모씨는 위탁 운영이 아닌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위탁 운영이 아닌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서 "박씨에게 위탁 운영을 맡길 당시 창업주이자 사업주이던 시어머니가 위탁운영계약 경험이 없는데다 마땅한 위탁운영계약서 양식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요.
또 "본인을 사업자로 하는 조건으로 박씨와의 상호 구두 합의를 통해 위탁 운영에 필요한 건물주(당시 시어머니의 친동생)와의 매장 임대차 계약으로 위탁 운영 계약을 대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011년 건물주 이씨가 지분을 쪼개 나누면서 박씨와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박씨 주장에 따르면 기존 건물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아 새 건물주와 다시 계약을 맺으려 했다고 해요.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공개한 당시 소송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박씨가 보증금 반환을 요청한 것을 두고 스스로 해당 장소에서 떠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봤어요. 박씨는 이 판결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이 판결문을 근거로 들며 박씨가 위탁 운영 기간 중 세금 체납, 식자재 대금 미지급, 직원 임금 체불 등의 문제를 일으켰고, 박씨가 스스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판결문을 검토한 신유진 변호사는 15일 TBS 라디오 '명랑시사'와 인터뷰에서 "2011년에 건물 공유자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다툼이 생긴것"이라면서 "(박씨가) 위탁 경영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쫓겨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물주와 박씨의 법적 공방은 3년이 지난 2014년에야 마무리됐는데요.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박씨가 떠난 2011년에 바로 주식회사 남산돈까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씨가 운영하던 업종, 이름, 간판 색깔까지 그대로 가져갔는데요.
신 변호사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쓰던 상호를 그대로 쓰면서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영업금지를 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근거로 내세운 사업자등록증이 아닌 영업의 실질 주체가 누구인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 경쟁을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있어 10여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박씨가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송이 마무리된 후 박씨는 2015년 돈가스 거리에서 약 1km가 떨어진 소파로 23번지에 가게를 열어 지금까지 영업 중이에요.
101번지 남산돈까스는 꾸준히 사업을 키워 전국에 40개 넘는 프렌차이즈 가게를 둘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편 2000년대 쓰였던 전화번호(1976번)는 박씨가 이어 받았습니다. 박씨는 본인이 직접 매장을 운영했기 때문에 전화번호도 자연스럽게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101번지 남산돈까스 측은 "위탁 운영을 맡았던 박씨는 시어머니가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수많은 고객들이 알고 있던 매장 전화번호를 슬그머니 자기 명의로 해 놓고 가져가 버렸다"고 맞섰는데요.
소파로 101번지 건물을 둘러싼 '원조' 돈가스 논쟁은 2011년 양측의 임대차 계약 분쟁으로부터 발발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10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 영상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 박씨는 "유튜버가 갑자기 찾아와 물어봤다"며 "돈가스 원조가 누군지 물어보길래 화가 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은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그동안 소송 과정을 거치며 지친 심경을 토로했는데요. "'남들은 왜 따지지도 못하냐'라고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잊고 지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온 손님들이 "원조가 아니"라며 떠나갈 때마다 화가 나고 속상했다고 말했는데요.
101번지 남산돈까스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조윤희 대표는 영상의 목적이 "조회수와 구독자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 박씨와 유튜버 빅페이스 등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와 앞으로 법원 판결이 나오게 되면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