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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예약하니 걸려온 전화... "00일 아니면 접종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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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에 사는 70세 이모씨는 다음 달 4일 가까운 내과 의원(위탁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예약했다. 그런데 며칠 전 병원으로부터 날짜를 조정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해당일에 예약자가 많지 않아 다른 날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시간 조정이 어렵고 다른 병원을 찾기도 번거로워 접종을 취소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 광주광역시의 한 소아과 원장 김모씨는 최근 보건소에 코로나19 백신 위탁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하루 평균 예약자가 3, 4명에 그쳐 일일이 연락해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너무 커서다. 김씨는 "일반 예약 대기자가 많은데도 정부가 사전 예약자 우선 원칙을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27일 60~74세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개시를 앞두고 예약률이 50% 수준에 머물면서 '하루 최소 예약 인원'인 7명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위탁의료기관들은 날짜를 조정하느라 병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행정 지원이나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최소 예약 인원을 7명에서 5명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 바이알(병)당 10~12회분이 담긴 AZ 백신을 사전 예약자가 7명 이상일 경우에만 개봉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사전 예약자가 27명이면 3바이알을 개봉한 후 잔여 백신 3회분을 별도의 대기자에게 접종하도록 허용하는 식이다. 우선접종 대상자를 지정한 취지를 살리고 현장에서 '새치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60~74세 고령층의 접종은 전국 1만5,000여 개의 위탁의료기관, 즉 소규모 동네 병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접종기관이 많은 만큼 보건소나 접종센터에 비해 하루 평균 접종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예약률도 기대만큼 높지 않아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60~74세 접종 대상자는 총 894만여 명이다. 예약률이 80% 정도면 한 기관당 평균 470여 명, 하루 16명 정도가 접종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접종률이 50%로 낮아지면 기관당 평균 300여 명, 하루 10명씩 접종하게 된다. 서울 양천구의 한 위탁의료기관 원장은 "주말에 예약자가 몰려 있고 평일에는 대부분 3, 4명 정도가 예약을 한 상황"이라며 "인구가 적은 지방은 숫자가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예약자가 적은 경우 위탁의료기관이 직접 예약자에게 연락을 해 날짜를 조정하거나 병원을 옮기도록 안내하라고 하고 있다. 김씨는 "예약자에게 전화를 하면 안 받거나 내가 왜 날짜를 바꿔야 하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위탁의료기관이 되면 10명 접종당 15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데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료계에선 백신 접종을 빨리 하고 싶어하는 대기자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를 들어 접종 며칠 전까지도 예약자가 7명에 못미친다면 굳이 날짜를 조정하지 말고 대기자로 채우는 것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자에게 우선 접종한다는 취지도 중요하지만 '상반기 1,300만 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탄력적인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도 "고령층 접종률을 높이려면 위탁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도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최소 예약 인원을 현행 7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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