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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년의 죽음과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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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단독’ 이름을 달고 게재된 기사는 손정민(21)씨 사망 문제다. 그만큼 여론이 과열된 방증이겠으나 언론은 집단지성이 되고 네티즌은 명탐정이 되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중이다. 풀리지 않은 의혹과 의대생, 강남, 부정(父情)이 하나의 스토리를 이룬 게 관심을 폭발시킨 배경일 것이다. 디지털 병리 현상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전에 없는 사회적 공감이란 점에서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 그렇다고 우려되는 장면이 없지 않은데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보여준 공정하지 않은 공감 문제가 크다. 같은 또래로 비슷한 시기에 숨진 또 다른 청년 이선호(23)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바닥의 나무 잔해를 제거하다 컨테이너 날개에 깔렸다. 안전모도, 안전관리자도 없던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동일시하는 공감 현상은 손씨 문제에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다. 중산층에 더 잘 공감하는, 계층화된 공감 능력이라면 이는 더는 공정하지 않다.
□ 추모집회에서 손씨 죽음이 타살로 공개 규정되는 등 한편으로 잘못된 믿음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감 위에서 구성된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도 폐기되지 않고 엉뚱한 피해를 자초하기 때문이다. 2015년 런던 남부 크로이던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 수십 마리가 발견됐다. 참수되거나 꼬리가 절단되거나 털가죽이 일부 벗겨진 채 발견된 주검은 정신이상자의 행동임을 가리켰다. 언론의 범인 찾기 경쟁이 시작되자 고양이 주검은 수백 마리로 늘어났고, 장소도 런던 외곽, 심지어 맨체스터로 확대됐다. 미치광이 살해범에 대한 억측이 더해지자 특히 애완묘, 반려묘를 기르는 주민들에게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닌 나에게 닥쳐올 위험이었다.
□ 들끓는 여론 속에서 경찰은 3년이나 수사했으나 살해범 흔적을 찾지 못했다. 대신 놀랍게도 자동차와 여우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고양이들은 차에 치여 죽거나 여우 먹잇감이 됐을 뿐이었고, 사체 훼손은 여우의 습성이었다. 하지만 주민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를 믿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수사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는 공감 위에 완벽한 스토리로 만들어진 의혹은 믿음이 되어 불리한 이야기들은 배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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