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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한 협상' 文 vs '대범한 외교' 바이든... 첫 만남 케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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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닮은 듯 다르다. 두 정상 모두 정의ㆍ인권ㆍ평화 등 보편적 가치를 귀하게 여긴다. 정치 역정과 스타일은 정반대다. 문 대통령은 20여 년간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역시 변호사이지만 36년간 직업 정치인으로 활약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할 때 필요한 말만 하는 '진중한 협상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설적 어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대범한 외교관' 스타일이다. 가치관은 같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정상이 어떤 ‘케미’를 보일지 주목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금수저'와 거리가 멀다. 두 정상 모두 '비주류 서사'의 주인공이다. 문 대통령의 선친은 1950년 함경남도 흥남에서 경남 거제로 이주한 피란민이다. 1953년 거제에서 태어난 문 대통령은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엔 "가난한 가정 사정으로 환경이 좋지 못하지만 (...) 노력으로 성적이 우수하다"고 적혀 있다. 2000년대 초반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20여 년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집안은 명문가였지만, 그가 태어날 무렵 가세가 기울었다. 선친이 보일러 청소, 중고차 중개 등으로 가족을 부양했다. 엘리트 변호사가 된 바이든 대통령은 산업재해로 피소된 기업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약자들의 처지에 눈을 떠 로펌을 나왔다. 이후 가난한 흑인을 주로 대리하는 국선 변호인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두 정상은 비극도 공유한다. 문 대통령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 여정을 시작하자마자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2015년엔 정치적 후계자인 큰아들마저 뇌종양으로 여의었다.
정치 스타일과 화법은 정반대다. 문 대통령은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이다. 면전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 목적이 정해지면 꾸준하게 상대를 설득한다. 문 대통령을 만난 외국 정상들은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유연하기보다 원칙을 중시해 국민의힘, 일본과 줄곧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적’이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 보수 정치인들과도 두루 친하다. 상원 외교위원장 등을 거치며 협상에 잔뼈가 굵은 덕분이다. 때로 직설적이고 공격적이다.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killer)로 칭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향해선 “민주주의적 면모는 하나도 없다”고 몰아붙였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한국시간 22일 새벽)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민주당 출신 정상들의 한미 회담은 2000년 김대중ㆍ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조합 이후 20년 만이다. 양측 모두 ‘특별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기대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정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기후변화 대응 △가톨릭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한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고, 바이든 대통령도 존 F. 케네디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한국일보에 “두 정상 모두 인권과 평화를 중요시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특히 대북 정책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지난 4년 외교 경험을 공유받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중국 견제를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만만한' 대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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