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교민 "느슨함에 모범 방역국 영광 사라지는 듯하다"

입력
2021.05.19 15:30
수정
2021.05.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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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거주 교민 김윤석씨
"변이 바이러스 등장하는데...방역은 느슨"
정부는 걱정 말라지만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
뒤늦게 백신 확보 중이지만 백신 부족 사태

대만 타이베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보 수준이 3단계로 상향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 검사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대만 타이베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보 수준이 3단계로 상향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 검사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방역 모범국이라고 일컬었던 대만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발 빠른 방역으로 코로나19 초기 확산을 상대적으로 잘 막았지만 느슨한 방역과 백신 부족으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교민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김윤석씨는 1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5월 13일부터 어제까지 대략 일주일 동안 대만의 수도권 지역에서 확진자가 1,052명 나왔다"며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2,260명인데 전체 확진자의 46.5%가 이 일주일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누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구 2,380만 명(지난해 기준)의 대만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지역 감염자가 사실상 0명이었지만 최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속출해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을 웃돌고 있다.

그는 "한 7~8개월 동안 한두 명이 있거나 없었거나 그랬는데 최근 확진자 몇 명 나오다 10명씩, 20명씩 늘어 15일에 180명으로 갑자기 확 뛰었다"며 "나흘 동안 거의 1,000명 가까이 나온 것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방역 실패라는 타이틀로 각종 신문, 뉴스에 연일 계속 보도가 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믿었던 대만 방역의 영광이 이번 일로 사라지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폭증 원인은 느슨한 방역"

대만의 한 슈퍼마켓에 15일 라면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대만중앙통신 캡처

대만의 한 슈퍼마켓에 15일 라면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대만중앙통신 캡처

김씨는 "일단 항공사 기장이 확진되면서 대만에 유입이 되기 시작됐다"며 "기장과 승무원들이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을 통해서 전염됐고, 다시 호텔 이용객들이 거기서 놀던 단체 유흥객들하고 집단감염이 되면서 이게 타이베이까지 다 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이 원인을 찾아봤는데 가장 많은 333명이 나왔을 때 확진자 중에 많은 사례가 영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였다"고 했다.

김씨는 대만이 뒤늦게 확산세를 겪고 있는 원인과 관련, "여러 문제가 또 있지만 좀 해이해진 면이 있다"고 느슨한 방역을 꼽았다.

그는 "매체에서 전 세계에서 대만이 최고의 방역 국가다, 코로나 시대에 경제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고취한다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사람들이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방심한 사례도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와 함께 사재기 현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간다는 소식이 났을 때 저도 경험을 했으니까 아내하고 가까운 마트부터 들려서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싹 다 동이 났다"고 전했다.

이어 "대만 정부에서는 사재기가 자꾸 되니까 여기 말로는 민생 물품이라고 해서 생필품인데 민생 물품도 충분히 비축해 두고 있고 생산도 늘렸으니까 절대 사재기하지 마라, 이렇게 홍보를 하고 있는데 그게 사람들의 심리에는 잘 안 먹히는 것 같다"고 했다.

"뒤늦게 백신 확보 나섰지만..."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완화 지역의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완화 지역의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타이베이 AFP=연합뉴스

예방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상황도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김씨는 "대만 인구가 한 2,400만에서 좀 모자란 정도인데 어제까지 자료를 보면 22만 명 정도가 백신을 맞았다"며 "15일부터는 그것도 못 맞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개인도 맞을 수가 있는데 예약해야 되고 돈을 내야 되고 그다음에 또 외국 뉴스 같은 데서 백신 부작용 같은 것들을 막 부각시켜서 보도하니까 사람들이 좀 겁을 먹은 것도 있어 많이 안 맞았다"며 "갑자기 확진자가 급증해 백신 접종이 늘다보니까 물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만 정부는 미국 모더나를 비롯해 2,000만 회분의 백신을 주문했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30만 회분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와 관련, "의료 종사자라든가 사회 필수 인력이라든가 행정 인력들 위주로 (백신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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