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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부터 무너지는 미얀마 군부… "진압군, 술과 마약에 취해"

입력
2021.05.19 16:45
수정
2021.05.19 17:27
14면

최근 미얀마 해군 기지를 탈영해 시민군에 합류한 병사들. 이라와디 캡처

최근 미얀마 해군 기지를 탈영해 시민군에 합류한 병사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탈영이 잇따르는 가운데 현역 장병들이 술과 마약에 취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등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내부 진술까지 나왔다. 가뜩이나 소수민족 반군과 시민방위군 저항에 고전 중인 군부가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19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야와디 해군 소속 장병 2명은 최근 부대를 탈영해 양곤 시민방위군에 합류했다. 이들은 기지 내 진압군 규율이 급격히 붕괴됐다고 증언했다. 해군 탈영병들은 “군부 쿠데타 이후 수많은 하급 병사들이 술과 마약에 절어 있다”며 “장교들도 기강이 무너진 사실을 잘 알지만 중독된 병력이 워낙 많아 2주 동안 영창에 보내는 것 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인세인 교도소 군병력 다수가 마약과 술에 취한 상태로 끔찍한 고문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민주화 인사들이 폭로가 일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8일 탈영해 카렌반군연합에 합류한 헤인 또 우 소령. 미얀마 나우 캡처

8일 탈영해 카렌반군연합에 합류한 헤인 또 우 소령. 미얀마 나우 캡처

민주화 시위와 무력 투쟁이 길어지면서 내부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영병들은 “소수의 장교들만 시위 진압에 따른 추가 근무 수당을 받을 뿐 일반 병사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경계 근무 시간은 두 배 늘었는데 상부는 외출 금지와 정보유출 차단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부의 사살 명령을 거부하는 병력도 엄청나게 많다”면서 “관사에 사실상 볼모로 잡혀 있는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탈영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달 초 한 장교가 샨주(州) 진압군을 탈출해 인근 방위군에 합류한 뒤 병사들도 속속 반군에 투항하고 군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5일에는 양곤 등 공군기지에서 80여 명이 집단 탈영하기도 했다. 8일 부대를 이탈한 헤인 또 우 진압군 소령의 경우 아예 소수민족 카렌반군연합(KNU) 훈련 교관으로 변신했다.

18일 전소된 미얀마 군부 소유 유조차. 이라와디 캡처

18일 전소된 미얀마 군부 소유 유조차. 이라와디 캡처

진압군의 전력 약화는 고스란히 저항세력의 무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수민족 반군과의 전투에서 연전연패하는 흐름이 단적인 예다. 카친독립군(KIA)은 17, 18일 샨주에서 쿠데타군 유조차 7대를 공격해 전소시켰다. 중국에서 출발해 군부 공군 기지로 향하던 차량들은 KIA 측이 장악한 군사요충지를 공격 중인 전투기에 필요한 항공유를 싣고 있었다. 사면초가에 빠진 군부는 힘없고 약한 시민들에게 화풀이하고 있다. 시민군과 반군 색출을 빌미로 실탄을 난사, 전날 남부 바고 등지에서 3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쿠데타 발발 후 민간인 사망자는 805명에 이른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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