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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복청-국토부 공무원 형제, 세종시 노른자땅 공동 매입

입력
2021.05.20 04:30
수정
2021.05.20 09:20
1면

BRT 노선 지나는 행복청 주관 사업 땅?
전 행복청장도 비슷한 시기 매입
개발 정보 전달 등 공모 여부 수사
행복청 직위해제·국토부 감사 나서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가 2017년 7월 사들인 세종시 연기면 보통리 농지. 세종시 건설 담당 부처인 행복청 직원들의 조직적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 총괄부서인 국토부 직원까지 투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세종=김영훈 기자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가 2017년 7월 사들인 세종시 연기면 보통리 농지. 세종시 건설 담당 부처인 행복청 직원들의 조직적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 총괄부서인 국토부 직원까지 투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세종=김영훈 기자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형제'가 세종시의 개발 예정지 농지를 공동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세종시 건설 담당 부처인 행복청 직원들의 조직적 투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 총괄부서인 국토부 직원까지 투기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복청 소속 A사무관이 세종시 땅 투기 의혹으로 전 행복청장과 함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7일 "행복청장과 관련된 직원이 1명 더 있어 2명을 한 사건으로 묶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사무관은 어머니·동생과 함께 2017년 7월 세종시 연기면 보통리 농지(1,398㎡)를 6억3,000만 원에 매입했다. A사무관과 농지 소유주로 함께 등록된 동생은 현재 국토부에서 근무하는 B주무관으로 확인됐다. B주무관은 농지 매입 당시 국토부에서 도시재생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에 있었다.

'행복청·국토부 공무원 형제'가 세종에서 사들인 땅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연서면 와촌·부동리 인근으로 개발 수혜가 예상되는 투기과열 우려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행복도시(세종시 신도시)~조치원 연결도로 확장사업'에 따른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신규 노선이 지나는 '노른자위' 땅이기도 하다. 연결도로 확장사업은 세종시 신도시와 조치원읍 사이의 연결도로를 확장해 BRT 차로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으로 행복청이 직접 주관한다.


행복청 국토부 관계자 투기 의혹

행복청 국토부 관계자 투기 의혹


'행복청·국토부 공무원 형제'의 농지 매입 과정은 전 행복청장 C씨의 판박이다. 형제의 농지취득 시기는 2017년 7월로 C씨가 세종시 눌왕리와 봉암리 토지를 각각 사들인 2017년 4월과 11월 사이다. C씨 소유의 봉암리 땅은 2023년 신설될 '연기 BRT역'에서 불과 400m 거리에 있어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형제가 사들인 농지는 C씨 땅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다. 2013년부터 행복청장으로 재직했던 C씨는 2017년 7월 퇴임했으며, 공무원 형제는 C씨가 퇴임하기 1주일 전에 농지를 매입했다.

특수본은 전 행복청장과 공무원 형제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개발 호재를 가진 토지를 매입한 점에 주목하고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3월 C씨의 자택과 행복청,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본부 등 4곳을 압수수색했고, C씨의 휴대폰 통화내역에서 A사무관 가족과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달 '행복청·국토부 공무원 형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C씨가 A사무관 부친과 절친한 사이로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19일 한국일보가 찾은 공무원 형제 명의의 농지에는 블루베리와, 대추 등 각종 나무와 상추, 파,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심겨 있었다. 그러나 블루베리를 제외한 대부분 작물은 급하게 심은 흔적이 역력했다. 농지 인근에 살고 있는 마을 이장 심종선(67)씨는 "지난겨울까지 땅 주인이 잘 오지 않다가 올 봄 들어 자주 보였다. 블루베리를 제외한 나머지 묘목도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공무원 형제의 부모는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전 행복청장) C씨와는 1980년대부터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인연으로 통화하는 사이일 뿐 어떤 개발 정보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세종시에 사는 두 아들의 가족과 더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어서, 알고 지내던 부동산의 추천을 받아 샀다"고 밝혔다.


전 행복청장이 매입한 세종시 봉암리 토지(위부터 시계방향)와 눌왕리 농지, 행복청 과장 두 명이 배우자 명의로 공동으로 사들인 연기리 농지. 경찰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세종=김영훈 기자

전 행복청장이 매입한 세종시 봉암리 토지(위부터 시계방향)와 눌왕리 농지, 행복청 과장 두 명이 배우자 명의로 공동으로 사들인 연기리 농지. 경찰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세종=김영훈 기자


행복청과 국토부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잇따라 알려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행복청은 배우자 명의로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토지를 사들인 간부 2명(한국일보 5월 17일자 1, 3면·18일자 6면 보도)을 지난 18일 직위해제하면서, A사무관도 함께 직위해제했다.

국토부도 B주무관의 투기 의혹에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B주무관은 (어머니와 형이 땅을 산다고 해서) 돈을 보탰을 뿐 어떤 부지에 어떤 목적으로 샀는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감사관실에서 투기 목적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육아 휴직 중이던 B주무관은 최근 6개월 더 휴직을 연장했다. 국토부는 "당사자가 큰 충격을 받아 스스로 휴직을 연장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세종시 개발 정보를 다루는 행복청 직원들이 농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며, 행복청이 부동산 투기의 본체가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국토부와 행복청 등 개발사업을 다루는 국가기관 공무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투기 여부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영훈 기자
윤태석 기자
윤현종 기자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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