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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가습기살균제' 2심 시작… 재판부, 檢 공소장 지적

입력
2021.05.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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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업들이 건강 도외시한 참사"
변호인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재판부 "검찰 주장 사실관계 불분명"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비상행동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고법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비상행동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고법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1심에서 제조·판매기업 경영진 등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 항소심이 18일 시작됐다. 검찰과 피해자 단체는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며 “관련자들을 엄벌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심 최대 쟁점이었던 ‘제품과 폐질환 간의 인과관계’를 두고 이날도 검찰과 피고인 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윤승은)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와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등 13명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이 제조·판매한 제품은 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이 주원료로, 이미 2018년 유죄가 확정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회사들 제품과는 성분이 다르다.

검찰은 이날 항소이유를 설명하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은 기업들이 금전적 이익만 추구한 나머지 건강을 도외시한 결과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고 강조했다. 1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1심은 연구 보고서 일부 문구와 전문가들 일부 증언만 취사선택해 과학적이고 합리적 근거를 배척했다”고 반발했다.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천식 발생 내지 악화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는 형사법상 요구되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검찰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나 주장이 불명확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사건 주심인 김대현 부장판사는 검찰에 “공소장을 보면 피해자들의 제품사용 시기가 2000년부터 시작되는데, 제품 생산 시기를 보면 2002년부터로 돼있다”며 “실제 사용 시기가 맞는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윤승은 재판장도 “과실범으로 처벌하려면 ‘주의 의무’가 전제돼야 하는데, 개별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가 명시된 게 아니라 뭉뚱그려져 있다”며 “근거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에 앞서 피해자 단체인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기 비상행동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폐가 수세미처럼 굳어가며 산모들과 태아들이 죽어간 원인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 지 10년째 되는 해”라며 “참사 주범인 기업과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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