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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광주' 없이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5·18 41주년 기념식 거행

입력
2021.05.18 12:34
수정
2021.05.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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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이(가수 김원중)는 노래했다. "세상 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파도라네."

그랬다. 41년 전, 광주는 고립된 섬이었다. 누군가 올줄 알았다고 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향해 몸부림을 치고 절규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학살, 그리고 철저한 외면. 해서, 광주는 갇히고 또 갇혔다. 아직도 그 상처는 오롯이 남아 있다. 총칼로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국가는 뒤늦게 "'오월 광주' 없이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40년이 넘도록 그날의 진실은 아직도 미완이다. 문재인 정부도 해마다 5월이면 영령들 앞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위로했지만 역시나 말뿐이었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18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보다 위대한 사과는 없다. 역사의 진실을 보여달라." 이날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렇게 위로하고 호소했다. 김 총리는 "진실 고백은 화해와 용서의 시작"이라며 "5·18을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은 '오월 광주'에 대한 완전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5·18과 그 정신은 혼돈의 시대를 밝힌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이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광주는 희망"이라며 "비단 미얀마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부정과 불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세력에 저항하는 모든 시민들이 광주와 함께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총리의 기념사에 앞서 진행된 추모공연에서 가요 '바위섬'이 비올라 5중주로 울려퍼진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이어 미얀마 등 전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영상도 선보였다. 또 41년 만에 사진이 발견된 고(故) 전재수 군과 5·18 당시 투사회보의 필경사로 활약한 고(故) 박용준 열사의 사연을 담은 영상이 상영돼 감동을 더했다. 이날 기념식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 총리와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 및 유족, 각계 대표 등 9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념식 마지막 순서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때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이날 5·18민주묘지 내 추모관에서 만난 김민영(64)씨는 "우리 모두가 '오월 광주'를 역사적 진실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광주는 언제든 총을 쏜 자들을 보듬고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추념관 밖 추념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탑신은 잿빛으로 찌푸려진 하늘을 향해 그날의 진실을 외치는 듯했다.

광주=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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