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왜 튀겨야 더 맛있을까

입력
2021.05.19 20:0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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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닭을 튀겨 먹을까? 닭의 지방 비축 방법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 닭은 지방이 15~20%인데, 대부분(90%) 껍질에 있다. 지방은 가볍고 단열성이 뛰어나 체온유지에 필요하고, 방수성이 뛰어나 물에 덜 젖게 하며, 상처 보호 기능도 한다. 그러니 닭은 지방을 가급적 껍질에 비축한다.

닭 껍질은 근육과 쉽게 분리되므로, 껍질을 제거하면 고단백의 살코기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방을 제거한 부분육보다 작은 닭을 통째로 요리한 삼계탕이나 프라이드 치킨을 더 좋아한다. 더 맛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기 맛은 지방에 있다. 칼로리를 줄인다고 닭 껍질을 전부 빼고 닭을 튀겨 보거나 육수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지방을 줄여 느끼함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풍미가 확 떨어진다. 닭기름 자체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지만 가열했을 때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향기 성분이 고기의 풍미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닭고기뿐 아니라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생고기는 별다른 풍미가 없다. 가열하면 메일라드 반응에 의해 온갖 풍미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고기에 소량 포함된 당류와 황을 포함한 아미노산 그리고 지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들이 반응해 온갖 향기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소고기는 우지, 돼지고기는 돈지, 닭고기의 계지가 풍미의 핵심이다.

닭을 180도 이상 고온의 기름에 넣고 튀기면 겉부터 온도가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그리고 닭은 겉부분인 껍질에 지방이 많다. 만약 지방이 고기 안쪽에 많다면 그 부분은 온도가 별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풍미에 기여를 하지 못했을 텐데 닭은 구조 자체가 튀겼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풍미가 만들어질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튀김이 그렇게 효과적인 것이다. 그중 날개는 껍질의 비율이 높아 고소하고, 콜라겐 함량이 높아 가열하면 부드럽고 쫄깃한 탄성을 갖는다.

우리나라가 사료와 환경에 가장 부담이 적은 닭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프라이드 치킨을 만든다는 것은 나름 자랑스러운 일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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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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