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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휴전 지지 시늉했지만… '불붙은 중동' 첩첩산중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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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빌미로 연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맹폭 중인 이스라엘에 미국이 ‘휴전’을 공식 거론했다. 애꿎은 민간인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난에 직면해서다. 어차피 주변 아랍국까지 번지기 전에 진화해야 하는 만큼 개입이 불가피해졌지만 미비한 하마스 네트워크 등 한계가 명확해 고민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10일 양측의 유혈 공방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력 충돌 중단’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간 전향한 게 사실인 만큼 이스라엘 입장에서 어쨌든 부담은 부담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극 주문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구할 경우 지원할 용의가 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는 정도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을 끝냈으면 좋겠다는 미국의 기대가 반영된 신호”로 해석했다.
사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편이다. 미국 사회와 정계에 대한 유대계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백악관에 따르면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의 무차별적 로켓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흔들림 없이 지지했다. 민간인을 대거 숨지게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욕을 덜 먹게 하기 위해 5월 의장국 중국의 집요한 핀잔을 무릅쓰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휴전 촉구 성명 채택을 거듭 저지한 나라도, 공습에 쓰이는 정밀 유도 무기를 줄곧 이스라엘에 공급해 온 나라도 미국이다.
그러나 시늉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지금 미국은 코너에 몰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를 난처하게 만드는 건 테러리스트에 너무 너그러운 것 아니냐는 친(親)이스라엘 공화당의 질타보다 인권 탄압을 묵인하지 말라는 여당 민주당의 비판이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4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지난해 미 전역을 달군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운동을 언급하며 “팔레스타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일갈했다.
여기에 글로벌 여론도 전반적으로 이스라엘에 적대적이다. 팔레스타인 피해자 수가 훨씬 많은 데다 그간 강점한 동예루살렘 인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막무가내식 인종주의적 정책을 이스라엘이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인권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걸핏하면 신장 무슬림 인권을 문제 삼는 미국의 대(對)이슬람 ‘이중 잣대’란 게 당장 중국의 빈축이다.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충돌로 바이든 정부의 중동 구상은 꼬이는 분위기다. 원래 양측 갈등의 해결은 한참 후순위였다. 역대 어느 미 정부도 풀지 못한 만성적 난제였기 때문이다. 대신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들 간 수교(아브라함 협정)의 가속화 및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복원 등 투 트랙 전략으로 균형을 회복시킨 뒤 중동에서 발을 빼고 중국 견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랍권에서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비등한 터에 ‘제2 아랍의 봄’을 부를 만한 친이스라엘 행보를 아랍국 정권에 당장 요구하긴 힘든 노릇이다. 오히려 자칫 이란과 터키가 움직여 내전이 지역전으로 비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까다로와 미뤄뒀던 팔레스타인 사태부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먼저 챙겨야 할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이게 의지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양측 다 자국 내 정치적 이익에 전쟁이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이어서 결전을 불사한다는 방침인 데다, 네타냐후 총리가 말을 들어도 하마스를 설득할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큰 고민거리다. 지금껏 충돌로 팔레스타인에서는 62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212명이, 이스라엘의 경우 어린이 2명 등 10명이 각각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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