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바야흐로 ESG의 시대다. 기업, 증시, 정부,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ESG를 얘기한다. 대세로 자리 잡은 'ESG의 경영학'을 하나씩 배워본다.
“승자독식(勝者獨食).” 최근 글로벌 시장의 특징을 말하는 단어 중 하나다.
정보통신과 교통수단의 발전으로 세계 시장의 물리적 장벽은 낮아지게 되었고 각 산업별 대표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은 물론 자동차, 반도체, 가전, 생필품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의 독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거대 기업의 경쟁력을 작은 기업들이 대적하기 매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생산설비, 연구개발 및 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한 자본 조달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ESG 평가다.
ESG 평가에서 다른 많은 대비 사항도 있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이다. ESG 평가기관들과 해당 업종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지만 ESG의 각 평가 요소 중 지배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서 3분의 2에 달한다. 크게 3가지 요소 중에서 한 가지라고 볼 때 3분의 1의 비중은 쉽게 이해가 가지만 3분의 2까지 비중이 크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좋은 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좋다는 것 자체가 추상적일 뿐 아니라 ‘누구에게’ 좋은지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함께 고려하면, 대주주와 소액주주, 구성원, 국가, 소비자, 협력업체 등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최적화될 수 있는 것이 좋은 지배구조라는 주장이 다수 의견인 듯하다. 과거 지배구조를 비판할 때의 대표적 단어가 ‘독단’ 또는 ‘용단’이었다면 새롭게 요구되는 지배구조의 핵심 단어는 ‘투명’과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은 대주주의 결단과 전문경영인의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실행을 해나가는 것을 강점으로 여겨 왔지만,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관계를 키워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적 지배구조의 형태와 관행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지배구조에서 경영실적의 투명한 관리와 성과의 공정한 배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면 투자를 하지 않거나 투자조건을 까다롭게 요구하는 경향이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관리할 필요가 없고 대규모 신규자금 수요가 없는 회사라면 사외이사의 수, 이사회의 다양성, 이사회 운영 방식 등을 각종 법규에서 정하는 내용에 대한 준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즉, 모든 사업을 자기자본만으로 할 수 있다면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해서만 충실히 관리를 한다면 경영에 큰 차질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여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있거나 주식시장에서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크게 가진 기업이라면 지배구조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자본 조달에 차질을 빚는다면 이는 경영활동 전반에 대해 제약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요구하는 지배구조로의 전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대표로 하는 글로벌 표준의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 방식과 주체가 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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