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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될 싹 보였던 저평가 우량주 배우 마동석

입력
2021.05.19 11:00

편집자주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배우 마동석.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배우 마동석.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동석이를 처음 본 건 2006년 무렵 강남의 한 텐트 포차였다. 마동석을 감히 동석이라 칭하는 게 독자나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 자칫 실례일 수 있지만 적어도 당사자는 이를 더 반길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동석이가 태평양을 횡단하는 글로벌 배우가 된 만큼 얼굴 볼 기회는 줄었지만, 우린 기자와 배우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자주 만났고 언제부턴가 속내를 터놓는 사이가 됐다.

동석이를 소개한 이는 연기자 김정학이었다. "형, 간만에 얼굴 한번 봐요. 형한테 소개해줄 친구도 한 명 같이 갈게요." 여자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간 자리엔 동석이가 있었다.

처음엔 '생활'하는 무서운 형님인 줄 알았다. 동석이는 당시 싸이더스HQ 소속 공유 조인성 김선아를 관리해주던 헬스 트레이너였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으며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종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의 트레이너로 일하다 배우가 되고 싶어 귀국했다고 했다.

솔직히 당시엔 '배우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이 친구가 큰 그림을 그리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래스카 곰 같은 덩치와 솥뚜껑 같은 주먹 앞에서 이를 내색할 순 없었다.

그렇게 소주병을 여럿 쓰러뜨리고 헤어진 뒤 동석이는 다음 날부터 기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형, 해장하셨어요? 근데 저 인터뷰 언제 해주실 거예요?" "응, 그게 말이지. 좀 기다려줄래. 아직 부장 컨펌이 안 떨어져서 말이야."

이렇게 두세 번 데스크 핑계를 대며 쓰리 쿠션을 치면 눈치를 챌 법도 한데 동석이는 심성이 곱고 우직했다.

"형, 그럼 제가 부장님을 한번 뵈러 갈까요? 식사 대접해야 되면 그렇게 하시죠. 편하게 하세요. 형님." 전혀 편하지 않았다. 동석이의 전화는 마치 떼인 돈 받아내는 추심업체처럼 집요했고 그럴수록 전화를 피하는 일이 늘어갔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주인공 김선아의 체중 20kg을 늘렸다 빼 준 다이어트 코치가 있었다고 부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동석이 기사가 손바닥 크기로 지면에 실렸고 이제 동석이의 독촉 전화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동석이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형, 저번에 얘기한 영화사 대표님 좀 소개해줘요." "형, 이번에 (박)중훈이 형 나오는 '천군'이란 영화에 들어갔거든. 기사 좀 멋있게 써줘 봐요." 능력에 비해 사람 욕심이 지나쳤던 내가 경쟁사 기자에게 취재원을 토스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마블리' 동석이는 이제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대배우가 됐다.

얼마 못 갈 거라는 수군거림이 무색한 낭중지추급 발전이다. 그런 동석이에게 가끔 연락이 오면 이젠 벨이 두 번 울리기도 전에 잽싸게 받는다.

"형, 잘 지내지? 고마워요. 형이 나 무명일 때 제일 먼저 인터뷰 기사 써줬잖아. 힘들 때마다 형이 써준 기사 지갑에서 꺼내 읽으며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 눈물이 핑 돌았다. 그걸 기억해준 게 고맙고 또 미안해서. '동석아, 실은 네 독촉 전화가 지겨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그랬던 거야.'

속사정이 어떻든 난 업계에서 저평가 우량주였던 마동석을 알아본 눈썰미 있는 기자 소리를 들었다. 그 잠재력을 어찌 알았냐며 궁금해하는 호사가들에게 난 그저 가식적인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토를 달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연히 얻어걸린 것이지만 내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며 겸양해지고 싶지 않았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팔 때가 아니라 바로 싸게 매수하는 순간이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줍줍할 때 안전마진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싸게 거래되는 좋은 주식을 오래 갖고 있으면 돈 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량주가 저평가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도주가 아니라서, 또는 한물간 사양산업으로 치부돼서, 아니면 거래량과 등락 폭이 작아서 등등.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만 팔아도 시가 총액을 몇 배 상회하는데 주가는 기이할 정도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회사의 내재 가치가 시장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의 오해를 받고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구석에서 소외됐을 때 사실은 엄청난 포텐이 터질 기회가 숨어 있게 마련이다.

인스턴트 커피 믹스로 유명한 동서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중반 회사 탕비실은 물론이고 식당, 나이트클럽, 공사장까지 커피 믹스 없는 곳이 없었다. 달달한 커피 믹스 한 잔 마셔야 공부도 되고, 일도 되던 시절이었다.

정수기 보급과 맞물려 커피 믹스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었지만, 돈을 갈고리로 쓸어모으던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둔 동서는 기업 탐방조차 받지 않으며 주식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었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 펀드 매니저들이 기업 IR 담당자들과 스킨십하며 우호적인 리포트를 써주던 때였는데 탐방조차 받지 않으니 증권맨들도 동서를 멀리했던 거다.

한국 커피 믹스 시장을 점령하려고 테이스터스 초이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상륙했지만, 오히려 동서에 혼쭐이 나며 철수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스타벅스가 매장을 늘려가고 아메리카노의 인기 때문에 커피 믹스가 예전같지 않지만 동서는 저평가 우량주를 설명할 때 단골로 인용되는 회사다.

저평가 여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는 주가수익비율로 불리는 PER다. 이는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인데 주가가 회사가 버는 수익 대비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A, B 회사의 주가가 모두 1만 원이지만, 주당 순이익이 각각 1,000원, 2,000원이라고 하자. 이때 A사의 PER는 10이 되고, B사의 PER는 5가 된다. PER가 높다는 건 주당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것이므로 PER가 낮은 주식을 사야 장차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미래 전망이 중요한 반도체나 전기차, 2차 전지 같은 성장주 섹터는 PER가 높을수록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으니 이를 단편적으로 대입하면 안 된다.

그럼 뭘 어떡하란 건가? 기업을 분석할 땐 X레이만 찍지 말고 CT, MRI, 초음파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야 한다. 결국 열공이 답이다.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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