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인력 부족으로 제때 병원 못 가는 사병들

입력
2021.05.17 17:00
수정
2021.05.17 17: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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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지난달 28일 군 장병 백신 접종 장소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군 장병들이 탑승한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군 장병 백신 접종 장소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군 장병들이 탑승한 차량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병력 자원의 감소가 사병들이 제때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 나왔다. 군 간부들이 치료를 허락하지 않아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줄어드는 대신 대체 인력 부족으로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장병 782명(병사 637명, 간부 145명)을 조사해 최근 공개한 ‘장병 건강권 실태조사(2020)’ 보고서에 따르면, 사병의 미충족 의료(진료 또는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으나 제때 받지 못하는 경험)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체인력의 유무, 대체인력이 누구냐에 따라 미충족 의료와 관련이 깊었다. 대체인력이 있는 경우 24.3%가 미충족 의료를 경험했지만 대체인력이 없으면 30.3%가 미충족 의료를 경험했다. 대체인력이 없어 외진(外診) 날짜를 맞출 수 없거나 근무지를 비우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미충족 의료경험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증상이 가볍거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 같아서’(46.2%ㆍ복수응답)를 꼽았고 이어 ‘근무지를 비울 수 없어서’(44.9%)를 들었다. 특이한 점은 대체인력 대상이 간부인 경우 미충족 의료경험이 16.3%였지만 선임병의 경우 25.2%, 동기 또는 후임병인 경우 25.3%에 달했다는 점이다. 간부의 허락 여부보다 한 명이 빠지면 근무가 돌아가지 않아 병사 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 탓에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김대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는 “병력 자원이 줄고 복무 기간이 짧아지면서 예전에는 10명이 할 일을 6, 7명이 해야 해 업무를 놓고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특히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층들이 입대하면서 이런 형태의 미충족 의료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13년 32만9,751명이던 현역병 자원은 2017년 28만1,222명으로 30만 명 이하로 줄었고 2019년에는 26만3,338명으로 감소했다. 장병들의 건강권 문제가 군내 노동력 부족 문제와 밀접해지면서 공급자 중심으로 구축된 군 의료 서비스를 이용자 위주로 전환하는 문제가 시급해졌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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