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한 반도체 대란…제조업·건설기계까지 번지나

입력
2021.05.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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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진 제작사 커민스, 엔진 공급 차질 가능성 언급
폭스콘 회장 "글로벌 반도체 부족, 내년 말까지 지속"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없어 공장 가동 잇따라 멈춰

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 초대형 굴삭기 DX800LC.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 초대형 굴삭기 DX800LC.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반도체 부족이 심화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제조업과 건설기계 업종까지 생산 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진 제작사인 커민스가 최근 국내 건설기계 업체에 엔진용 전자제어장치(ECU)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져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건설기계, 상용차, 선박 등에 커민스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기계는 완성차에 비해 반도체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반도체 부족 현상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고,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진 수급 문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현재와 같은 반도체 품귀 현상이 계속된다면 7월부터는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건설기계 업계는 전 세계적인 인프라 투자 열풍과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의 내수·수출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1만9,944대에서 올해 1분기 2만4,311대로 21.9%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가 많아 우선적으로 공급받던 가전·정보통신(IT) 업계도 반도체 부족에 직면했다. 최근 애플의 위탁생산 전문 업체인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분야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열악한 자동차 업계는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나섰다. 기아는 에어백컨트롤유닛(ACU)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족으로 17, 18일 양일간 경기 광명 소하2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일부 차종에 대해 반도체가 소요되는 옵션을 제외하면 가격 할인과 우선 출고 등을 제공하는 '마이너스 옵션' 등의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결국 휴업을 피할 수 없었다.

현대차도 반도체 부족 탓에 투싼과 넥쏘를 만드는 울산 5공장 52라인을 17, 18일 휴업한다.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3공장 역시 18일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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