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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도 모자라 '민간인 인간 방패'까지 앞세운 미얀마軍

입력
2021.05.16 15:50
수정
2021.05.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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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거센 산악지대 점령 "추가 피해 우려"??
反군부 시인 산 채로 불태워져 "군부 배후"

미얀마 친주 민닷 지역을 점령한 군인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친주 민닷 지역을 점령한 군인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이 '인간 방패'로 최전선에 민간인들을 앞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여도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자 비인도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간인 인간 방패 등장은 군부 측도 상당한 타격을 받아 피해가 커지고 있는 방증이란 평가도 나온다.

16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13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헬기 6대와 무차별 포격 등 화력을 총동원한 끝에 서부 친주(州)의 민닷 지역을 전날 완전히 점령했다. 양곤 등 주요 도시를 제외하고 특정 지역에 계엄령이 떨어진 건 2월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미얀마 친주 민닷 일대.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친주 민닷 일대. 이라와디 캡처

인구 약 2만 명의 민닷은 군부에겐 눈엣가시였다. 쿠데타 초기부터 주민들의 무장 투쟁이 잇따랐지만 게릴라 저항이 용이한 산악지대라 군부의 주둔이나 점령이 쉽지 않았다. 실제 사제 총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구금된 주민을 풀어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지역 경찰서를 공격한 데 이어 지난달 26, 27일 증파된 군경을 공격해 최소 20명을 사살했다.

15일 새벽 군부는 민가를 급습해 주민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했다. 그리고 최소 18명을 최전선에 앞세우고 총격전에 나섰다. 무장한 주민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 주민은 "인간 방패가 된 우리 주민들을 해칠 수 없어서 천천히 후퇴했고, 건강한 남성 대부분은 시내를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인간 방패 만행으로 승기를 잡은 군은 마을을 포격했다. 헬기도 공격에 가담했다.

미얀마 쿠데타 군인들이 민닷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발사한 포탄.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인들이 민닷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발사한 포탄. 이라와디 캡처

점령 과정에서 민간이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은 체포와 고문, 혹시 모를 군부의 잔학 행위를 두려워하고 있다. 반(反)군부 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더 많은 이들이 죽음과 부상 위협에 직면했고, 수천 명의 주민이 몸을 피해야 할 처지"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미얀마 주재 미국 및 영국 대사관은 민닷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괴한의 습격을 받고 산 채로 불태워진 미얀마 시인 세인윈씨. 미얀마나우 캡처

괴한의 습격을 받고 산 채로 불태워진 미얀마 시인 세인윈씨. 미얀마나우 캡처

사가잉주 몽유와에선 괴한 습격을 받은 시인이 산 채로 불태워졌다. 세인윈(60)씨의 친구는 "14일 오전 윈과 함께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공장 노동자 한 명이 윈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고 미얀마나우에 증언했다. 시인으로 활동하며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윈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화상이 심해 결국 숨졌다.

용의자는 특정됐으나 아직 잡히지 않아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는 "군부가 (범행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최근 몽유와에선 군경에 끌려갔던 저항 시인 켓티(45)씨가 장기가 모두 사라진 주검으로 돌아오는 등 시인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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