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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냐, 생존이냐... 그녀는 잔혹한 선택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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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노매드랜드’는 떠돌이 인생을 담았다. 자의 반 타의 반 길 위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사연이 가슴을 친다.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 켈리 리처드 감독의 ‘웬디와 루시’는 짝패처럼 ‘노매드랜드’와 어울린다.
웬디(미셸 윌리엄스)는 일거리를 찾아 알래스카주로 향한다. 낡은 차는 집이자 이동수단이다. 그의 곁에는 반려견 루시가 있다. 루시에 의지하며 알래스카로 향하던 웬디는 오리건주에서 난처한 상황을 맞는다. 차가 고장 나면서 발이 묶인다. 웬디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가까운 화장실에서 세면과 빨래를 하며 차를 고쳐 출발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루시를 차 옆에 묶어두고 일을 보러 갔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다. 루시는 유기견으로 분류돼 보호소로 끌려가고, 루시를 풀어오려면 돈이 필요하다. 차 수리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해 골치 아픈 웬디로서는 설상가상이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웬디에게 사회는 무정하다. 웬디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법과 원칙을 내세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악인은 아니다. 다들 자기 자리보전을 위해 웬디에게 온정을 베풀 수 없다. 웬디가 차를 주차한 곳 옆 사유지 경비원조차 도움을 요청하면 매번 ‘노’를 외친다. 웬디의 요구를 들어줬다가는 자신조차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급한 웬디에게 사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도 웬디는 불만을 제기 못한다. 미국 사회가 그런 곳이므로.
웬디는 잔혹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자신의 생계를 챙길 것인가, 루시를 구할 것인가. 선택이긴 하지만 웬디에게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그가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통과의례처럼 고뇌가 있을 뿐이다.
마지막 선택을 하고 길 떠나는 웬디에게 경비원은 미안하다며, 가는 길에 보태 쓰라며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건네준다. 아내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 하며 그가 몰래 준 돈은 6달러다. 햄버거 세트 하나 먹을까 말까 한 금액에서 웬디는 인간의 온기를 느낀다. 돈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사람의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알래스카로 향한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미국 노동자층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다. 켈리 리처드 감독은 현실을 미화하거나 불우를 과장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현실을 그려낸다. 로맨틱하지 않은 영화 ‘노매드랜드’는 이 영화에 비하면 낭만적이다. 미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이 저예산영화에서 미셸 윌리엄스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5%, 관객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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