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 계기로 전국서 CCTV 설치 요구 '봇물'

입력
2021.05.16 10:45
수정
2021.05.16 10:47
14면
구독

지자체마다 민원 급증에 추가 설치 움직임
도시공원 설치 의무화에도 절반 '사각지대'
CCTV 화질 낮아 '빛 좋은 개살구' 지적도
"사생활 침해 논란 있지만 범죄예방 우선"

경기 구리시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내 영상 모니터. 구리시 제공

경기 구리시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내 영상 모니터. 구리시 제공

“시청 앞 애뜰광장과 그 주변 거리는 유동인구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다목적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확충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지난달 29일 인천시에 거주하는 김모(39)씨는 이 같은 민원을 인천시청에 넣었다. 그는 “CCTV를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여겨왔는데 서울 반포한강공원 의대생 실종사건을 보면서 생각에 그쳐선 안 되겠다 싶어 직접 CCTV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 사는 박모(37)씨도 같은 생각이다. 박씨는 “CCTV가 촘촘히 있지 않으면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학교 반경 1㎞ 안에 성범죄자가 많아 안양초등학교까지 가는 주요 통학로에 사각지대 없이 CCTV를 설치해 달라고 안양시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시 사하구 주민들은 강변도로에 CCTV 설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하구는 자체 예산이 부족해 소요 비용을 부산시가 보조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강변도로를 따라 주민들이 운동하는데 CCTV가 부족하다 보니 불안하다는 민원이 최근 들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을 계기로 주민들의 CCTV 설치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여전하지만 그보단 범죄예방과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시내에 설치된 CCTV는 총 1만 232대다. 2011년 설치대수가 5,901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9년 만에 1.7배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도 CCTV 설치는 확대 추세다. 2019년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CCTV는 114만 8,770대로 전년보다 11.2% 늘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CCTV의 급속한 확산은 범죄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가 '가장 안전한 관광지’로 각광받는 것도 촘촘한 CCTV의 영향이 크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행인들 일거수 일투족이 기록되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사건 해결 비율은 100%에 육박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경찰을 보기 힘들 정도다. 싱가포르에선 아침에 출근해 저녁 귀가까지 하루 평균 2,300컷이 찍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9년 내놓은 ‘범죄예방 목적의 공공 CCTV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도 CCTV에 대한 높은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설문 참여 시민 88.9%(1,780명)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한 시민 10명 중 6명이 ‘우리 동네에 더 많은 공공 CCTV가 설치되면 좋겠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CTV 기록을 통해 범인을 보다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전시 CCTV 통합관제센터의 경우 최근 3년간 사건·사고 2,361건을 포착했는데, 이 중 254건은 곧바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 검거까지 이뤄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선 방범용 CCTV 확대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21억 원을 들여 CCTV 383대를 6월 말까지 설치하고, 경남 김해시도 CCTV 52대를 이달 말까지 추가 구축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자치구 등에서 설치한 것을 포함해 부산시 CCTV 관제센터에서 관리하는 CCTV는 모두 2만여대”라며 “올해 200대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CTV 설치 확대 움직임에도 ‘보안 구멍’도 여전하다. 2017년 도시공원 내 CCTV와 비상벨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광주광역시 640개 도시공원 중 CCTV가 있는 곳은 340개(53.1%)에 불과하다. 비상벨 설치 비율(23.5%)은 그보다 더 훨씬 낮다. 일부 CCTV의 경우 화질이 낮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기도 한다. 서울시가 어린이대공원 등 직영 공원 24곳에 설치한 1,333대의 CCTV 중 200만 화소에 못 미치는 중?저화질 CCTV가 25.2%(336대)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만 화소 미만 CCTV는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CTV의 사생활 침해 우려는 녹화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줄일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 쉽지 않도록 관리한다면 큰 우려 없이 범죄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광주= 안경호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