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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맹폭… 7년 만 이·팔 '일촉즉발' 전면전 위기

입력
2021.05.14 18:48
수정
2021.05.14 18:5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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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가자지구 국경에 지상군 배치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도 양측 강대강 대치
인명 피해 600여명…50일 전쟁 재현 우려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직후 폭발이 일어나 주변 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다. 베이트 라히아=AFP 연합뉴스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 직후 폭발이 일어나 주변 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다. 베이트 라히아=AFP 연합뉴스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턱 밑까지 왔다. 이스라엘은 2014년 ‘50일 전쟁’ 이후 7년 만에 전투기와 지상군을 총동원해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근거지를 맹폭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허사였다. 이미 포화에 목숨을 잃은 민간인도 부지기수다. 전쟁의 암운이 무겁게 내리깔렸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14일(현지시간) 0시쯤 가자지구 북부에 전격 공습을 감행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전투기 160대가 미사일 450기를 투하했고, 공격은 40분 이상 지속됐다. AP통신은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처음엔 지상 병력이 가자지구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국은 몇 시간 뒤 점령 작전은 실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전쟁의 도화선은 타들어 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국경 지역에 2개 보병 여단과 1개 기갑부대를 배치하고 예비군 9,000명을 소집해 가자지구를 포위했다. ‘개전’은 시간 문제란 얘기다. 히다이 질베르만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상 작전을 위해 탱크, 장갑차 등이 국경에 결집해 있다”며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가자지구 안에서만 희생자 2,200명이 나온 50일 전쟁의 비극이 되풀이될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인명 피해 정도는 이스라엘군의 작전 범위에 달려 있다. 하마스 지도부 제거와 로켓 기지 파괴에 한정될지, 아니면 가자지구 전면 점령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영상 성명에서 “하마스에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고, 공습을 감행한 이날도 “가자지구 전선에 무력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해 전쟁이 발발할 경우 완전 점령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마스도 물러설 기미가 없어 사상자가 속출할 게 자명하다. 아부 오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에게 엘아비브ㆍ디모나ㆍ예수살렘 공습 결정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 쉬웠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우리를 두렵게 하지 못한다”며 일전 불사를 천명했다.

13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에 이스라엘군의 155㎜ 자주곡사포가 트레일러에 실려 배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13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에 이스라엘군의 155㎜ 자주곡사포가 트레일러에 실려 배치돼 있다. AFP 연합뉴스

동예루살렘 인근 정착촌 분쟁으로 시작된 양측의 군사적 충돌은 민족ㆍ종교 갈등으로 번지며 확전 일로다. 힘의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피해는 주로 팔레스타인 쪽에 집중됐다.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에선 어린이 27명을 포함, 119명이 숨지고 621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9명이다. 이스라엘 내부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대인과 무슬림이 섞여 사는 마을에선 폭동이 빈발하고, 상점과 차량이 파손돼 수십 명이 체포됐다.

주변국의 중재도 효과가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와 카타르, 유엔이 휴전 협상을 위해 3시간 동안 공습 중단을 제안했으나 하마스가 거절했다. 이ㆍ팔이 맞붙으면 으레 중재자로 등장하는 이집트는 이번에도 양측 지도자를 모두 만났으나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이ㆍ팔의 전쟁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리오르 하이아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CNN방송에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휴전 의사를 일축했다. 이자트 알 리시크 하마스 고위지도자도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멈춰야 우리가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맞섰다.

물론 전면전 발발을 낮게 점치는 관측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상 침공은 엄청난 희생을 낳는 등 부담이 커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봤다. 네타냐후 총리가 “군사작전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 점도 협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국제사회도 전쟁만큼은 안 된다며 끝까지 양측을 설득할 태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앞서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이ㆍ팔 관련 회의를 16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관망하던 미국도 국무부 헤이디 아므르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담당 부차관보를 현지에 급파했다. 이슬람 최대 협의체인 이슬람협력기구(OIC) 역시 장관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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