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스트 코로나' 준비, 마스크는 벗었지만... 여전한 불안감

입력
2021.05.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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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DC "백신 접종하면 마스크 벗어도 돼"?
백신 접종 속도 느려지고 변이 등 난관 여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마스크 없는 ‘포스트 코로나19’ 국면에 돌입했다.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놓으면서다. 실제로 백신을 2차례 다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마스크를 벗었다. 하지만 미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사람은 누구나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실내·실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화이자ㆍ모더나 백신의 경우 2회차 접종 후 2주가 지나면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간주된다. 이날 현재 미국에서는 18세 이상 인구 중 58.9%가 최소 1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도 45.6%에 이른다.

물론 건강 문제로 의사와 상의해서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 사람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병원, 요양시설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그럼에도 미 언론들은 이번 CDC 지침 변경으로 미국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생활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정상의 느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이번 결정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라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코로나19 대응 최신 지침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과 코로나19 대응 최신 지침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도 CDC의 마스크 지침 완화를 “대단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 있어 미국에게 대단한 날”이라고 밝혔다. 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CDC 지침 완화와 관련해 공개 연설을 갖고 적극적인 백신 접종도 호소했다. CDC 지침이 나온 뒤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을 만나는 자리에선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국 성인 70% 백신 접종을 마쳐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하루 340만 회 접종(지난달 13일)으로 정점을 찍었던 백신 접종은 하루 200만 회 안팎으로 감소세다.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 조사 결과 백신 미접종 성인 중 11%만이 적극적인 접종 의사가 있다고 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백신 접종 목표 달성 어려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백신 효율성을 갉아먹는 점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확산세 △독감처럼 매년 겨울이면 찾아오는 토착화 가능성 △코로나19가 남긴 트라우마 등 다섯 가지 이유로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도 마스크를 쓰겠다고 하는 사람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던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는 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 인식을 보여 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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