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성윤, 불법 출금 수습 관여 숨기려고 문무일에 보고 누락"

입력
2021.05.14 10:30
수정
2021.05.14 23: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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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에게 실제로 보고 누락했는지
관여 숨기려 했다는 동기 합리적인지
향후 이 지검장 형사재판 때 쟁점될 듯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출금)' 의혹을 들여다보던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 보고 내용 중 '불법 출금' 부분을 누락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알지 못하도록 숨긴 정황이 드러났다. 위법한 출금 수습에 관여했던 이성윤 지검장이 자신의 관여 사실을 숨기고자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지검장은 그러나 보고를 누락하지 않았고, 누락한 이유에 대한 검찰 판단에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재판 때 쟁점이 될 전망이다.

14일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20일 부서 직원으로부터 안양지청이 작성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이규원) 비위 혐의 관련' 보고서를 전달 받았다. 보고서엔 당시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같은해 3월 22일~23일 실행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금 조치의 위법 정황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지검장은 그러나 검찰총장실에서 열린 일선 검찰청 수사상황 보고 자리에서 보고서 핵심 내용인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 '검찰총장 및 수원고검장에 대한 보고' 등을 문무일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소속 A검사에게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하도록 시키고, 자신도 직접 전화해 해당 보고 내용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A 검사는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이 보고서가 안양지청 최종 의견이 맞느냐.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지청장이 그런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당시 상황을 잘 알지 않느냐.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 역시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출금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가 된 사안이다. 서울동부지검장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지검장에게 수사를 무마할 동기가 있다고 봤다. 앞서 자신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후 수습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이 이뤄진 그해 3월 23일 새벽,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 요청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임의로 부여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 이 지검장은 같은 날 오전 7시쯤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이규원 검사가 임의로 사용한 내사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결국 이성윤 지검장이 긴급출금 3개월 뒤 안양지청에서 보고 받았던 내용과 관련해, 문무일 총장 승인 하에 수사가 진행될 경우 자신의 관여 사실이 드러날 것을 염려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성윤 지검장을 중심으로 한 대검과 윤대진 검찰국장을 중심으로 한 법무부에서 동시에 연락을 받았던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팀에 이규원 검사 관련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소장에는 이규원 검사의 부탁을 받은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의 메시지를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전달 받은 윤대진 검찰국장이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가는데 출국에 문제 없도록 해달라"는 메시지를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적혀 있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및 안양지청 지휘부(이현철 지청장, 배용원 차장검사) 관련 사건의 경우 공수처법의 '검사 사건 의무이첩' 조항에 따라 전날 공수처로 이첩됐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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