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이용 ‘이남자 정치’ 해악 커
할당제 폐지·약육강식이 당 비전인가
성평등 원칙 확립 없이 정당 미래 없어
'이준석의 이남자 정치’는 트럼프 식 혐오정치다. 2000년대부터 온라인에서 성장한 여성혐오·안티페미니즘이 정당 정치로 진출한 이 현상은 사소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다시 퇴행하는 길이다.
이준석씨는 여성혐오 발언이나 여성에 불이익을 주자고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한다. 그가 여자 장관만 싸잡아 무능을 주장(능력 없는데 할당제로 임명)한 것이 김 여사(운전도 못하는 여자가 어딜), 된장녀(남자 경제력으로 명품만 밝히긴)로 상징되는 전형적 여성혐오다. ‘Misogyny’를 번역한 여성혐오는 이런 비하, 배제, 차별의 개념이다. 그는 이를 증오로 아는지 “이준석은 여성 좋아한다”고 반박했다. 그 논리라면 “딸 같아서” 골프 캐디를 만진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친여성주의자겠다.
이씨가 ‘20대 남자가 받는 불이익’을 강조하고 ‘페미니즘 정책’을 탓하는 것은 사회적 해악이 크다. 첫째, 엄연한 불평등의 현실을 은폐한다. 강력범죄 피해자 다수가 여자라는 사실을 두고 그는 “범죄 특성상 성범죄 피해자는 여자가 대다수인 게 당연하다"고 했고 “여자라서 죽었다는 주장”을 ‘과격한 페미니즘’으로 치부했다. 그러니까 게임에선 만난 여자가 피한다는 이유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을 보며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와 분노가 과격한 페미니즘이란 말인가? 경제활동에서 20대 여성이 약진했다고 해서 취업·승진·임금 차별이 사라졌단 말인가?
둘째, 이씨는 성평등 요구를 과격한 페미니즘=메갈=남성혐오로 치환해 공격하고 반동을 부추긴다. 최근 의미 없는 손가락 모양 포스터를 메갈의 상징이라고 지목해 GS25와 경찰청의 사과를 받아낸 것이 그렇다. 소비자 운동으로 포장된 ‘메갈 사냥’은 게임업계에서 성평등 주장을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계약 해지시킨 전례가 있다. 이제 공공기관까지 굴복했다. 이러고도 이씨가 여성에게 불이익을 준 적 없고 안티페미니스트가 아닌가?
이씨의 지향점이 ‘공정이라는 이름의 정글’이라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년 할당, 지역 배분에 모두 반대하며 실력만으로 “공정한 경쟁”을 주장했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경제력·학력이 자녀의 학력·일자리를 좌우하는 상관관계는 급속히 강화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능력주의를 반성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씨는 이 중대한 진단에 역행하며 사실상 ‘물려받은’ 능력을 무기로 약육강식을 하자 한다. 이쯤 되면 하버드대를 나와 정치에 투신한 그의 비전이 ‘권력을 잡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잘나가는 정치인이 되겠다’인지 의심스럽다.
국민의힘은 “문제 제기가 의미 없지 않다”(윤희숙 의원)고 두둔하거나 “20대 여성 생각을 들여다보지 못했고 20대 남성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다”(김재섭 비대위원)는 양시론을 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에 둘러싸여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 막말에 선을 긋지 않았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봤는지 떠올려 보라. 일부 표심을 착각해 또 다른 혐오정치를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 공부의 계기로 삼아 성평등 원칙을 확립하는 정당에 미래가 있다. 차별을 없애자는 요구와 백래시는 처음이 아니며 결코 마지막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녀와 그 세대가 나은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혐오와 차별에 아랑곳 않는 경쟁 사회가 아니라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 칼럼을 쓰면서 ‘기자로서가 아니라 여자니까 썼겠지’라는 주변 평가와 불이익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를 소망한다.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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