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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억울한 대출금리 급등

입력
2021.05.1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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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가 지표로 삼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7월 저점보다 거의 1%P 가까이 뛴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지난 2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가 지표로 삼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해 7월 저점보다 거의 1%P 가까이 뛴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이런저런 이유가 없지 않겠지만, 소비자들은 제멋대로인 것 같은 주유소의 자동차 연료 가격 변동에 불만이 적지 않다. 국제 유가가 내릴 땐 주유소 연료 가격이 생각보다 느리게 내려가고, 반대로 오를 땐 기다렸다는 듯이 주유소 연료 가격도 재빨리 인상되는 패턴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원유 가격 변동과 소매 연료 가격 변동 사이의 ‘미스매칭’으로부터 주유소가 부당한 수익을 누린다고 여긴다.

▦ 은행 대출금리 변동에서도 소비자들은 늘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조달금리가 하락할 때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는 데 인색하다. 리스크니 경영비용 상승이니, 듣고 보면 그럴싸한 논리들이 다양하게 동원된다. 비전문가인 소비자들로서는 불만스러워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반면,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부터 올리는 게 관행이 됐다. 소비자들로서는 뭔가 ‘눈 뜨고 코 베임’을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요즘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한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에 비해 0.89%P나 급등했다. KB국민 등 4대 시중은행의 코픽스(COFIX) 연동 주담대 금리 평균 수준 역시 최근 2.55~3.90%를 기록, 지난해 7월 2.25~3.96%보다 하단이 0.3%P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는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최근 코픽스 금리가 0.84%로 지난해 7월 0.81%보다 0.03%P 오르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해 대출금리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그래도 조달금리 상승폭에 비해 대출금리 인상폭이 훨씬 큰 건, 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정책을 가동하자 은행들이 각종 우대금리 등을 없앤 탓이기도 하다.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랬더니, 엉뚱하게 금리를 올린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혹시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지시해 리스크를 키우는 대가로 일반 대출자들에 대한 은행의 부당 금리 인상을 방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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