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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를 패션 명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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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길어지자 '보복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명품 매출이 크게 뛰었다.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는 감소한다'는 수요의 법칙은 고전 경제학에서는 기본적 전제이다. 그런데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소비 행태가 버젓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비쌀수록 사고 싶어지는 인간의 심리를 경제용어로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이는 먹거리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농산물이 늘어났고, 명절이 되면 수십만 원대 한우, 멸치, 조기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여기서 문득,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농산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고가의 농산물이 명품일까. 그렇지 않다. 고가 농산물과 명품 농산물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명품 농산물은 가격과 품질을 뛰어넘는 특별한 제3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에르메스, 샤넬 등 익히 알고 있는 명품들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오랜 전통을 장인정신으로 이어가면서 현대화하고 있고, 그 제품을 소장함으로써 남들과 차별화 된다고 느끼도록 설정해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한정 마케팅을 통해 누구나 소유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준다. VIP 마케팅 역시 잘 활용된다. 샤넬의 스테디셀러 향수 No.5는 "밤에 샤넬 No.5만 걸치고 잔다"는 메릴린 먼로의 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다.
이런 명품의 특성을 우리 농산물에 접목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명품 농산물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세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이야기, 즉, 물건을 팔기보다 이야기를 팔아야 한다. 농산물에 예술과 문화를 접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만드는 사람의 혼과 신뢰를 심어야 한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를 갖거나 먹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알리고 싶어 한다.
셋째, 소비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준에 철저히 부합해야 하고, 일반 제품과 확연히 구별되는 브랜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런 명품의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을 수 있는 농산물엔 뭐가 있을까? 그중 하나가 아마 한우가 아닐까 한다.
미국 내 발행 부수가 가장 많은 일간지 USA투데이는 얼마 전 '한국 한우가 지구 최고의 고기가 될 수 있는 이유(Why Korean Hanwoo beef might be the best meat on earth)'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한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소 중 하나로 2,000년 이상 한국에 살았고 '황금빛 갈색 코트'를 입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스테이크처럼 살코기 위주도 아니고, 일본의 와규처럼 기름지지도 않은, 아주 매력적인 풍미가 있는 최상급 고기라고 정의했다.
한우 명품화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김태환 농협축산경제 대표는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한우는 이제 단순한 고품질 고기를 넘어 감동과 설렘을 사고 멋스러운 가치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한우의 품격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농산물 명품화 아닐까? 우리 농산물도 패션 명품처럼 누군가에게 이야기로 남길 명품 농산물이 더 나오길 기대한다.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노력한다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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