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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 싸움'서 시작한 국민의힘 세대교체론…쇄신의 역사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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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세대교체' 경쟁으로 가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경험이 없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당대표(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내표, 바른정당 당대표) 경험을 가진 5선 의원인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거친 입씨름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데요.
여기에 초선인 김웅 의원이 도전장을 냈고, 같은 초선인 김은혜·윤희숙 의원도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여의도 정치권에서 특정 계파끼리 경쟁의 대리전으로 정치 신인과 거물급 의원이 설전을 벌이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당대표 자리를 두고 이번처럼 강하게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흔치 않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세대교체론 신경전의 신호탄을 쏜 건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의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과 주 전 원내대표는 '에베레스트·팔공산 싸움'으로 시작해 연일 상대를 향한 날 선 발언을 주고받고 있는데요.
주 전 원내대표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대선은 우리 당이 정권을 되찾느냐 기로에 서 있는 아주 중요한 선거인데, (전당대회를) 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승리란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찍으려면 노련한 중진 인사가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소장파 인사들을 깎아내린 건데요. 소장파 인사들의 바람몰이가 심상치 않자 일찍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 전 원내대표의 에베레스트 공격에 즉각 반응했는데요.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며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 한다"고 적었는데요.
팔공산은 대구에 있는 산입니다. 험지 도전 없이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에서만 내리 5선을 한 주 전 원내대표가 당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소장파들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은 셈이죠.
김웅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 출신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앞서 1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의원이 막말과 약자에 대한 멸시를 고친다면 정말 강력한 정치인이 될 것"이라며 "쿨하게 사과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선배들이 변화에 둔감하다 보니 공감 능력을 키워주시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며 세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김 의원이 홍 의원을 저격한 건 홍 의원이 먼저 김 의원의 당권 도전이 '시기상조'라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두 사람의 설전은 사실 홍 의원의 복당 문제에서 시작됐습니다. 홍 의원은 최근 복당 여론전에 나섰는데, 김 의원이 쇄신 방향과 맞지 않고 2030세대가 이탈할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습니다.
홍 의원은 이에 "거짓 비방부터 배우는 것은 옳지 않다. 세상을 넓고 깊게 보고 정치하시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또 "철부지가 세상모르고 날뛴다", "억지로 핀 꽃이 금방 시든다"며 김 의원의 당권 도전을 깎아내렸죠. 김 의원은 이에 "시들지 않는 조화로 사시라"며 응수했죠.
당대표 경선에 나선다고 밝힌 4선의 홍문표 의원도 13일 TBS 인터뷰에서 "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분들인데, 당을 이끌고 가려면 우선 당을 알아야 된다. 조직도 알아야 되고, 선거 치르는 방법도 알아야 되고, 정책 개발하는 방법도 알아야 되는데 그런 부분을 놓고 보면 누구 한 분 거기에 적합도가 맞지 않는 분들"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역시 4선으로 또 다른 당권 도전자인 권영세 의원도 12일 KBS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내에 개혁을 이뤄내서 국민 지지·신임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려면 단순히 패기만으로는 부족하고 경험과 경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대 분위기만 보면 소신파들의 존재감 드러내기는 성공적인데요.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8~11일 전국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나경원 전 의원 15.9%, 이 전 최고위원 13.1%, 주 전 원내대표 7.5%, 김 의원 6.1%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당권은 바람이란 민심도 중요하지만, 당원들의 선택인 당심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 요인입니다. 경선 초반 분위기와는 별개로, 당원투표(선거인단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라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규를 감안하면 새 얼굴의 기세가 실제 돌풍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요.
특히 그동안 국민의힘 오랜 지지층인 당원들은 정치 경력이 짧은 초선보다 안정감 있는 중진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소신파가 세대교체론만으로 중진의원들을 물리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앞서 2019년 2월 전당대회 당시,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가 여론조사에서 앞섰으나 결과는 '당심'을 잡은 황교안 전 대표가 이겼습니다.
아직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경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세대교체'라는 이슈 대신 기존의 '영남 대 수도권' 구도, 내년 대선과 연관된 '통합론 대 자강론' 구도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세대교체론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잊을 만하면 신경전이 치열했죠.
대표적으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제기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교체론'이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데요. 민주당 내 소장파, 초선 의원들은 세대교체를 이끌고자 86 용퇴론을 주장했는데, 당의 주축인 86인사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었죠.
86세대 용퇴론이 민주당을 뒤집어 놓은 건 20대 총선 공천을 앞둔 2015년 10월인데요.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혁신위원이었던 이동학 위원이 당시 '586 전상서,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주십시오'란 글을 쓰며 86세대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전대협 1기 출신으로 86그룹 맏형인 이인영 의원은 당시 "86 용퇴론은 공학적 처방이 될 것이다. 자갈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15년을 보냈지 문전옥답을 물려받은 편이 아니다"라며 거부했죠.
4년 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11월에도 86 용퇴론이 다시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또 다른 86그룹 맏형 격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자, 당내에선 86그룹이 헌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죠.
20·21대 총선 모두 민주당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결국 인위적 물갈이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86세대 용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여권 내 86세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볼 수 있는데요.
내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가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세대교체에 대한 논의는 다시 한번 뜨거워 질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결론 나지 않는 정치권의 세대교체론, 다음 달 11일로 예정된 국민의힘의 당대표 경선의 결과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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