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을 앞두었지만 산재 사고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평택항에서 20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달 들어 현대중공업, 현대제철에서 잇따라 40대 노동자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안전 장치나 수칙 준수 소홀과 무관하지 않은 사고였다. 특히 현대의 경우 대기업으로 노동현장 안전관리를 선도해야 할 사회적 책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산재 줄이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82명이 노동현장에서 숨졌다. 전년보다 27명이 늘었다. 이런 참사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만들어진 것이 중대재해법이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이르면 이달 안에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 안전관리 책임을 누구에게까지 물을 것인지, 어떤 종류의 피해까지 적용할 것인지, 확충해야 할 안전 인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법 조문만으로 모호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이 크다.
중대재해법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통과했다고 보는 경영계는 경영 부담이 덜한 방향으로 시행령이 구체화되기를 원한다. 안전관리 책임자를 둘 경우 최고경영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인과관계가 분명한 사고성 질병에만 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반대로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도입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더 엄격한 시행령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 처지에서 중대재해법이 적지 않은 경영 부담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대기업보다 2년 더 늦게 법이 적용될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이 더할 것이다. 그렇다고 만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 산재사망 국가인 현실을 이대로 둘 수도 없는 일이다. 노동계가 아무리 호소해도, 정부가 갖은 정책을 강구해도 위험한 노동 환경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목숨 걸고 일하지 않게 해 달라는 절박한 요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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