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 '나빌레라' 박인환처럼

입력
2021.05.12 22:00

배우 박인환이 발레리노로 변신하는 드라마 '나빌레라'. tvN 제공


드라마 '나빌레라'의 박인환 배우분이 화제이다. 그를 보며 나이 듦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다면 정체된 몸과 마음을 풍경(風磬)처럼 흔들 때가 된 것이다. 보통 풍경은 방문자를 소리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풍수지리에서는 풍경이 정체된 나쁜 기운을 떨쳐내 공간을 환기시키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불가의 풍경은 물고기 모양이 많은데, 물고기는 잘 때도 눈을 감지 않기에 수행자가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풍경은 정체됨이나 나태함을 일깨우는 물건이다.

그래서 나이 듦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풍경이 되어 줄 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트렌드 신조어인 '할매니얼'(할머니 감성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을 넘어 몇 년 후에는 '할배니얼'을 등장시킬지 모르는 '풍경남' 분들의 온라인 일상 속 그들만의 따스함, 멋짐, 배움을 만나보자.

첫 번째는 따스한 김영하 작가(인스타그램:youngha_writer)이다. 소설과 수필로 익히 알려진 그였으나 몇 해 전 방영된 tvN의 알쓸신잡 시리즈로 더욱 대중에게 친근해진 그이다. 그의 일상을 보면 방송에서처럼 파스타나 피자를 종종 즐기며 요리, 꽃, 식물, 책, 동물 사진이 번갈아 올라온다. 요리 콘텐츠에 올라온 댓글에 이런저런 팁들을 곁들여 답을 하는 그를 보다 보면 남녀의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 사람 냄새나는 자상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두 번째는 멋진 최영훈 대표(인스타그램:montana_choi)이다. 안경브랜드 프레임 몬타나와 스펙스 몬타나를 이끄는 그는, 경상도 어르신들이 쓰는 ‘깔롱쟁이(신경 써서 외모나 옷을 매만져 멋을 낸 사람)’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는 신상도 트렌드도 자신만의 감성으로 가려서 받아들인다. 요즘 이런 이들이 많다지만 50대에 소통을 즐기며 자기 색을 가진 깔롱진 어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주변엔 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사람을 모이게 만드는 그의 소통력이야말로 그다운 패션을 완성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세 번째 늘 배우고 나누는 이장우 박사(인스타그램:ideadoctor)이다. 자신을 ‘브랜드노마드’라 칭하는 그의 프로필을 보자면, 3M에서 영업사원으로 첫 일을 시작하여 회사생활부터 대학원의 수순을 밟은 전형적인 어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60대의 그는 AI를 공부해서 책을 내고 라이브 커머스 그립에서 셀러로 직접 활동하며 계속해서 공부하고 대중과 호흡한다. 생일날 받은 분홍색 헬로키티 와인병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는 그야말로 새로움과 예쁨의 기준에 대해 열린 젊은 어른인 것 같다.

한동안 온라인에서 밝게 염색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머리색을 보며 핀잔 대신 ‘머리색을 보니 봄이 온 것 같다’라고 말한 어르신의 일화가 화제였다. ‘나이 듦의 품격이 느껴지게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뜻의 댓글이 많았다. 풍경에 달린 물고기도 그렇지만 보통의 우리가 물고기 나이를 ‘척’ 보고 맞추기란 어렵다. 사람을 척 보고 나이 정도는 대충 가늠할 수 있지만, 그 사람 자체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새로움으로 지적 대신 지지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면,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사람을 대하는 어른으로 나이 들 수 있지 않을까?



박소현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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