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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려온 시신·무능한 정부… 진정 기미 없는 '인도 코로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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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지금 나라 전체가 거대한 ‘무덤’이고 ‘화장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도무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산소와 치료제, 방역 물품을 긴급 지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방역에 총력을 쏟아야 할 인도 정부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도 보건ㆍ가족복지부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신규 감염자는 32만9,942명, 사망자는 3,87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코로나19 검사량이 170만건에 달하고 확진자가 40만명씩 쏟아지던 때와 비교하면 기세가 다소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수치 자체가 워낙 커 의미 없는 진정세다. ‘통제 불능’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어느덧 총 감염자 수는 2,299만명, 총 사망자 수는 24만9,992명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확산을 촉발한 인도 변이 바이러스(B.1.617)를 본래 바이러스보다 위험한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나날이 불어나는 숫자들 속에는 비통하고 참담한 사연들이 넘쳐난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비하르주(州)와 우타르프라데시주를 가르는 갠지스강에서는 시신 40구가 무더기로 떠올랐다. 하지만 100구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게 현지 매체 전언이다. 당국은 “시신이 물에 불어 부패가 심하고 일부 불태워진 흔적이 있다”며 “미처 화장하지 못한 코로나19 사망자가 강에 버려졌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지 주민도 “화장에 필요한 땔감이 부족하고 장례 비용도 치솟아 사망자의 시신을 강물에 떠내려 보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역시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알리가르 무슬림대에서는 최근 18일간 전ㆍ현직 교수 34명이 잇달아 숨졌다. 법학부 학장, 산스크리트어 학자는 물론 의학부 학장까지도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타리크 만수르 부총장은 “캠퍼스와 인근 지역사회에 특정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도 의료연구위원회에 조사ㆍ연구를 요청했다. 캠퍼스는 공포에 휩싸이고 슬픔에 잠겼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중앙정부는 뭉그적거리고만 있다. 2월까지만 해도 일일 확진자 수 1만명 수준이던 인도가 코로나19 새 진앙지가 된 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이도 모디 총리다. 그는 이달 초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최근 몇 달간 여러 지역을 돌며 대규모 ‘노마스크’ 유세를 벌였고, 지난달에는 수백만 인파가 모이는 힌두교 최대 축제 ‘쿰브멜라’까지 용인했다. 방역 총책임자가 앞장서 빗장을 열어 버린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무능한 중앙정부를 대신해 분투하고 있는 건 주정부들이다. 타밀나두, 카르나타카, 푸두체리, 라자스탄 등이 2주간 봉쇄에 돌입했고, 델리, 하리아나, 우타르프라데시는 17일까지 봉쇄를 연장하기로 했다. 벌써 4주째 봉쇄 중인 뉴델리는 교외 철도 노선까지 운영을 중단했다.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 소냐 간디 총재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주정부에 떠넘겼다”고 맹비난했다.
전 세계 백신 60%를 생산하는 ‘지구촌 백신 공장’이면서도 인도에서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10일 기준으로 전체의 2.5%(3,480만명)에 불과하다. 델리 보건장관은 “이제 남은 백신이 사나흘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백신이 없으면 방역으로 버텨야 한다. 당장 ‘전국 봉쇄’를 단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인도의학협회는 “보건부의 무기력하고 부적절한 대처에 놀랐다”며 “완전하고, 잘 계획되고, 사전에 발표된 봉쇄 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 소장도 “감염의 고리를 끊으려면 전국 봉쇄령을 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추세라면 8월까지 사망자가 10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까지 나오지만 모디 총리는 봉쇄령은 최후 방안이라며 버티고 있다. 비핀 나랑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정치학 교수는 “역사에 남을 만한 정부 실패”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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