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위협은 없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 홍제우 박사가 관련된 이슈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드립니다.
지난 4월 22일 40개 주요국은 기후정상회의를 갖고 온실가스 감축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고, 우리나라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연내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5개 당사국이 만장일치로 협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서 제출하게 되어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제출한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는 2017년의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24.4%(약 1억9,000만 톤)를 줄여서 2002년 수준의 배출량(약 5억4,000만 톤)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IPCC가 권고한 2010년 대비 45% 감축에 훨씬 못 미친다.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의 실질적 의미를 모두가 공감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에 가까웠던 시기는 1인당 GDP가 944달러였고, 4·19 혁명이 있었던 1960년 즈음이다(연 배출량 약 1,000만 톤, 현재의 60분의 1). 파격적인 탄소흡수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경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제까지 겪지 못한 수준일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7,000만 톤 감소했다. 단순히 보면 2030년까지 IMF 외환위기의 충격을 3번 이상, 2050년까지는 10번 정도 겪어야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정상회의 즈음해서 미국 현지에서는 ‘화석에너지 종사자가 다 죽는다’며 에너지 업계와 주정부들의 반발에 직면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아직 우리나라 산업계의 반발이나 부담감 토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접하기 어렵다. 반면 녹색 에너지와 녹색 금융으로 친환경 경영을 하겠다는 기업 광고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국민들은 현명하고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음에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생활 캠페인은 넘치고 있다. 현재 2030년 목표 수준과 유사한 2002년과 비교했을 때, 가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약 5,000만 톤)은 이미 약 23.4%가 감소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계의 배출량(약 5억7,000만 톤)은 가정의 10배에 달하고, 그 양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54%). 산림의 탄소 흡수량(약 5,000만 톤)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도를 상쇄할 수준으로, 나무 심기는 탄소중립의 온전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성적이 매우 나쁜 학생(우리나라)이 낙제한 과목(산업·에너지)들을 외면하고, 90점 이상 받은 우수한 과목(가정, 산림)에만 열을 올리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우리는 산업계의 눈부신 성과로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짐을 산업계에 온전히 돌리는 것은 온당한 방식도 아닐뿐더러, 그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정부지출을 피하기 어려운 마당에, 국민의 세금은 탄소중립을 향하는 데 낭비 없이 집중되어야 한다. 대규모 국고가 투입되는 정책들이 탄소중립과 피해 저감을 받치는 주춧돌이 될 수 있는지 다시금 두들겨 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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