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 맞았다”는 문 대통령…1년 남기고 부동산 정책 손보나

입력
2021.05.10 19:00
수정
2021.05.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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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 정부가 할 말 없다"며 실패 인정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보유세 감면 현실화 가능성
민간 역할 더해 공공주도 공급 기조 변화할지도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정책 성과는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걸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혀 정부와 여당이 논의 중인 대출 규제 완화와 보유세 감면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실패를 자인한 건 급등한 집값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까지 더해져 여당이 참패한 4·7 재보궐선거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기존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완화로 풀이된다. 기존 규제 기조의 정책 방향이 흔들린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현재 당정은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 완화와 보유세 감면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도 전면적 정책 기조 전환보다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기조를 흔들면 제동이 걸릴 수 있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정도이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의 과감한 규제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일부 규제 완화 또는 정책의 미세 조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를 강조하면서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 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4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고 공공 주도를 강조한 이전과는 결이 조금 달라진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공공 주도 주택공급 기조의 변화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민간 공급 언급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현 정부에서 민간이 참여해 공급 효과를 거두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선언적인 의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는 여전히 공공에 힘을 싣는 분위기”라며 “민간 공급은 공공택지에서 이뤄지는 개발에 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패를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자와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을 교훈 삼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을 완결 짓겠다”고 약속했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주택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LH를 개혁해야 하는데, 지금 국토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분이 누구일까 고심해 발탁했다”며 임명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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