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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부동산에 몸 낮추고 사면론에 유연했다

입력
2021.05.10 20:00
수정
2021.05.10 2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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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번쩍 들 만큼 심판받아" 정책 전환 예고
"국민 공감대 생각해 사면 판단" 여지 남겨
민주, 장관 후보자 관련 靑에 여러 의견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이해 진행한 특별연설과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부동산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다. '시기상조'라던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국민 공감대를 생각해 판단하겠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임기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정책으로 '부동산'을 꼽으며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며 "정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 특히 부동산 민심이 폭발한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선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 적폐 청산 매진'을 강조해 왔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부동산 투기 금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기조를 유지한다면서도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 부담이 있다면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 방향을 언급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진행한 특별연설에서도 "무주택자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증세와 규제 강화 등 투기 억제에 매진해온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손을 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에 대해선 '국민 공감대'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며 아예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했고, 이 부회장에 대해선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선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의 백신 도입과 접종 상황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3명의 거취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야권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은 이러한 의견을 포함해 청와대에 전달하는 한편, 야당과의 협상도 이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경제지표가 견고한 회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올해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남은 임기 1년을 불가역적 평화로 나아가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겠다"며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환영하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북미대화를 복원하고 평화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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