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사면론에 "때 아니다" → "의견 듣고 판단" 달라진 기류

입력
2021.05.10 19:20
[전직 대통령 등 사면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그간 사면 필요성에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다른 반응이다. 향후 사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상황적 분위기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경제계와 종교계 등 각계에서 제기되는 탄원 내용을 전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미ㆍ중 등 강대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계에서 제기되는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 주장의 핵심도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고령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우려하면서 "사면을 바라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게 많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도 언급한 것이다.

사면에 대한 여권 기류는 아직 "가능성이 없다"는 흐름이 대세다. 하지만 "여론을 듣겠다"는 쪽의 얘기도 서서히 나오고 있어 문 대통령의 기류 변화가 실제 사면론 긍정 검토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리로 취임한다면 경제계를 만나 상황 인식을 잘 정리해 문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안규백ㆍ이원욱ㆍ양향자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꺼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 공감대 형성'이 사면의 전제조건이라는 점도 재확인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대해 긍정적 검토에 들어갈 경우, 8·15광복절 사면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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